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신탁방식이 도입된 지 약 3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역에서 사업을 완료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도입 초기 당시의 인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신탁방식은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됨에 따라 도입됐다. 신탁사의 자금력을 통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곳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초기 과장광고로 신탁방식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데다, 관련 제도 마련도 미흡해 주민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신탁사는 여의도 등에서 신탁방식을 적용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해당 단지들이 정비구역도 지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불과 1년 내외의 기간 내에 정비구역 지정에서부터 관리처분 신청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여의도에서 시범아파트만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을 뿐 대다수의 단지들은 사업추진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을 대표할 기구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건축은 주민들의 재산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신탁방식은 사실상 주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막혀있다. 사업추진 과정의 주요 사항은 토지등소유자의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조합 방식에 비해 폐쇄적인 것이 사실이다.


협력업체 선정 절차만 하더라도 조합방식의 경우 입찰을 거쳐 이사회, 대의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해 총회에 상정하게 된다. 하지만 신탁방식은 협력업체 후보를 선정하기까지의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실제로 광진구의 유천빌라는 지난해 7월 신탁방식을 도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시행자 지정 이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소규모 재건축인 만큼 신속한 사업추진이 기대됐지만, 신탁사와 주민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구용역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표준규정안을 만들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 법적 강제사항이 아닌 만큼 신탁업체가 가이드라인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결국 법령을 개정해 신탁절차를 의무화해야 하는데, 개정까지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리게 된다.


높은 수수료도 신탁방식을 기피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신탁업체의 개발사업 수수료는 공사비나 전체 사업비의 3~4% 수준이다. 예를 들어 공사비가 3,000억원 규모인 사업장이라면 수수료가 약 90억~120억원이 발생하는 셈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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