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그러나 현실에서 토지등소유자 1인이 모든 해산동의서를 혼자서 징구하려 다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수 인의 토지등소유자가 몰려 다니며 하나의 해산동의서를 함께 징구하거나 역할을 분담하여 해산동의서 별로 징구자가 다른 것이 오히려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산동의를 취합하여 행정청에 대하여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신청하는 것은 해산동의서 징구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아니라 해산동의를 주도적으로 이끈 1인 혹은 소수의 사람이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경우 해산동의의 상대방을 누구로 보아야 할 것인가. 실제 해산동의서를 징구한 사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해산동의서를 취합하여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신청한 사람으로 볼 것인가. 실제 해산동의서를 징구한 사람을 상대방으로 보아야 한다면 수 인이 함께 몰려다니며 징구하였을 경우 그 수 인 모두가 공동으로 하나의 상대방이 되는 걸까 아니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상대방이 되는 걸까. 

해산동의서 별로 분담하여 각 1인이 징구하였다면 해산동의서 별로 각 징구자가 상대방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징구에 관여한 모두를 상대방으로 관념할 것인가. 해산동의서 징구를 총괄 지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해산동의서 징구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가 해산동의서를 취합하여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신청하였을 경우 과연 해산동의서를 취합하여 설립인가 취소를 신청하는 자를 상대방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대부분의 행정청은 해산동의서를 취합하여 조합해산을 신청하는 자를 상대방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이처럼 무수한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더라도 모두를 납득시킬 만큼 똑 떨어지는 결론이 되긴 어렵다. 왜 이렇게 해산동의 ‘상대방’의 문제를 둘러싸고 의문만 난무하고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기는 어려운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시행령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구성해 본다면 해산동의는 합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합동행위는 무엇인가. 

여러 개의 의사표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계약과 유사하지만 계약에서는 각 의사표시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대립되는 방향인 반면 합동행위는 의사표시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평행적·구심적이라는 특색이 있다. 

가령 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하여는 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여러 개의 의사표시가 모아져야 하는데 그 의사표시라는 것은 ‘사단법인의 설립’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있을 뿐, 특정의 사람을 향하고 있지 않다. 즉 합동행위를 이루는 여러 의사표시의 방향이 평행적·구심적이라는 말은 각 의사표시가 모두 공동의 목적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늘어서 있다는 뜻이다. 

합동행위의 개념을 ‘조합해산동의’에 적용하여 보자. 다수의 조합해산동의의 의사표시는 어디를 향하여 있을까. 특정 사람을 향하고 있을까 아니면 ‘조합의 해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있을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토지등소유자들의 조합해산동의 의사표시는 ‘조합의 해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있는 전형적인 합동행위이다. 의사표시가 특정인을 향해 있지 않고 공동의 목적을 향해 있다는 말은 곧 의사표시의 상대방으로 볼만한 존재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특정인을 향하여 있지 아니한 의사표시에 상대방이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조합해산동의는 다만 함께 모여서 조합해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뿐이다. 이와 같이 생래적으로 ‘상대방’이 존재할 수 없는 조합해산동의에 ‘상대방’이라는 개념을 버젓이 등장시켰으니 이를 둘러싼 의문이 해소될 리 있겠는가.

합동행위의 개념은 가장 기초적인 법리를 담고 있는 민법총칙에서 등장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바로 그 민법총칙 말이다. 결코 어려운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전국의 정비사업을 규율하는 시행령의 내용을 구성할 때, 더구나 그것이 조합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내용일 때에는 민법총칙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얘기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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