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말이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사업장의 이야기다. 이곳은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지만,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원활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9월 법원은 방화6구역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일부 빌라의 경우 단독주택지와 별개로 공동주택 동의율 충족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일부 빌라를 단독주택지에서 제외시켰다. 단독주택지 내 동의율 수치는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법적 요건인 75%에 미달됐고,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합 집행부의 고심은 깊었다. 집행부는 동의서 재사용 특례 조항을 활용했다. 당시 사업을 반대해왔던 일부 주민들도 재건축사업이 노후된 주거환경 개선 및 재산가치 증식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전체 주민 82%의 동의율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이천식 방화6구역 조합장을 만나 재건축사업 추진 경과와 향후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힘든 시간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갑작스러운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로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재건축사업은 원만하게 진행돼왔다. 사업을 일부 반대하는 주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화6구역은 지난해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재건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일부 빌라의 경우 단독주택지가 아닌 공동주택 요건에 해당하는 동의율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단독주택지에 대한 동의율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법적 요건인 75%에 미달했다. 예상치 못한 판결이었다. 해당 빌라는 공부상 다세대로 표기돼 있지만, 법원은 구조, 기능, 형태 등을 이유로 들어 주택단지로 보았다.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대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했는지 말해 달라=지난 2016년부터 본격 시행된 동의서 재사용 특례 조항을 적극 활용했다. 특례 조항은 조합 취소 판결 사업장 등에 한해 기존 동의서를 재사용할 수 있는 게 골자다. 그렇다고 무조건 동의서를 재사용 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기존에 동의서를 제출했던 조합원들에게도 고지해야 한다. 조합원들에게는 동의서를 철회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된다. 사전에 지자체에도 동의서 재사용 특례 조항 적용하겠다는 조합의 방침을 전달했다. 기존 받았던 동의서를 재사용하면서 법원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동의율 문제들도 해결했다. 그 결과 전체 주민의 82%의 높은 동의율을 충족하면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은 상황이다.

▲사업 재개 이후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기존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구역 내에 돌았고,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사업에 대한 관심은 기존보다 더욱 커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재건축사업이 주거환경개선은 물론 재산가치를 증식시킬 수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사업에 반대했던 일부 주민들도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비 온 뒤 땅이 더욱 굳는다는 속담이 현실화된 것이다. 만약 재건축사업이 좌절됐다면 지역 가치는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것이다. 구역 내 일부를 개발한다고 해도 소방도로 등 기반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더라도 재산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다.


▲다음 사업 절차는 시공자 선정이다.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투명함과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투명함이 배제된다면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조합은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에 앞서 공공에 원가자문 서비스를 요청한 상태다. 공공 심의를 통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는 게 골자다. 이 결과를 토대로 입찰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입찰공고 이후 현장설명회를 거쳐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의 사업조건을 비교표로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겠다.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방화6구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양호한 사업성이 예상되고 있는데=현재까지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등 1군 건설사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사업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성 분석 결과 개략적인 추정 비례율은 113%로 추산됐다. 이때 일반분양가는 3.3㎡당 2,100만원을, 조합원 분양가는 약 15% 낮은 1,700여만원을 적용했다. 인근 마곡 택지개발이 이뤄진 이후 기반시설이 확충되면서 인구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방화6구역 재건축사업에 따라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수요는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향후 사업성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절차와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업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성공적인 재건축사업 진행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조합원들에게 신뢰 받는 집행부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합과 조합원의 신뢰유지를 기반으로 한 주민화합이 재건축사업 성공의 열쇠라 믿는다. 주민화합이 이뤄지면 사업은 자연스레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행부가 투명해야 한다. 모든 행정 과정을 조합원들과 공유할 것이다. 투명함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집행부 이미지를 유지해나가겠다.

▲원활한 재건축사업 진행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제도가 있다면=정부가 가계대출 조건을 강화시키면서 일선 정비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일부 구역에서는 이주비 등에 대한 대출길이 막히면서 전세금을 반환하제 못해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 내 주택공급 역할을 하는 재건축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조합은 재건축사업에 전체 주민 모두가 동참해주길 바란다. 조합은 아직도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정보교류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사업 주체인 주민 모두가 재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구역은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로 꼽히는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합은 조합원들을 위해 일하는 곳이다.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찾아주시길 바란다. 집행부는 명품 아파트 건립은 물론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