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장위14구역 박용수 재개발조합장의 수심 가득했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서울시 출구전략의 일환인 주민의견조사 결과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50% 이상이 사업에 찬성한 것이다. 이로써 재개발을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시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 재개가 결정된 사례는 시내에서 처음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장위14구역은 시의 실태조사, 직권해제, 주민의견조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주민분란이 커지면서 재개발사업이 지체돼왔다. 하지만 이번 주민의견조사가 재개발사업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전체 주민 과반수가 사업에 찬성하면서 조합원들의 재개발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박 조합장은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그동안 늦어졌던 사업 속도내기에 주력하고, 사업성 향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조합장을 만나 현재까지 사업이 추진돼왔던 경과와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주민의견조사 결과 재개발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재개발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게 됐는데, 이에 대한 소감부터 말해 달라=막혔던 게 뚫린 기분이다. 그동안 주민의견조사가 시행되지 않도록 2년 넘게 노력했다. 주민의견조사가 시행되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50%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재개발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찬성표를 50% 이상 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 주민의견조사는 사업을 찬성해도 개인사정에 따라 투표가 어려운 토지등소유자의 경우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치부한다. 때문에 자칫 재개발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 의견조사로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런데도 결국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1/3이 구역해제를 요청하면서 주민의견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달라진 점은 없었다. 오히려 재개발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를 재확인하게 됐다.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60.85%가 재개발사업에 찬성했다. 주민들의 재개발 의지를 확인한 만큼 성공적인 사업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주민들이 재개발사업 진행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부족한 기반시설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그래서 원활한 재개발사업에 대한 열망이 높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기반시설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구역은 구릉지가 많아 눈과 비가 올 경우 차량통행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아직 도시가스관이 설치돼지 않아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각 가구 내에 화장실이 설치돼있지 않은 곳들도 많다. 이곳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 주민들은 이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재개발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주민의견조사 결과도 주민들의 재개발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시 출구전략 시행 이후 해제된 인근 구역들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부족한 주차시설은 그대로인데, 도시형생활주택이 난립하고 있다. 장위12, 13구역이 대표적이다. 이곳들도 당초 열악한 주거환경과 부족한 기반시설로 인해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여 재개발사업이 추진돼왔다. 하지만 시 출구전략 정책이 시행된 이후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그러면서 부동산 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난립했고, 현재 공사 중인 곳들도 많다. 문제는 부족한 주차시설은 그대로인데, 세입자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주차전쟁이 더욱 심화된다. 골목길 곳곳은 차량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몇몇 가구들은 아직도 연탄을 떼고 가구 내 개별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 시 관계자를 포함한 정책 입안자들은 당초 장위동 일대가 왜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는지 알아야한다. 그만큼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재개발사업 진행이 시급한 지역이다.

▲장위14구역이 갖추고 있는 뛰어난 입지조건은 무엇인가=재개발사업 이후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친환경생활이 가능하다. 인근에 오동공원이 위치해 있다. 구역에서 가깝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산책하기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주요 도심권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버스로 2정거장 거리에 지하철4호선 미아사거리역이 위치해있다. 또 서울지역을 포함해 수도권 곳곳에 도달하는 다양한 버스 노선이 구축돼있어 버스를 이용한 이동이 용이하다. 현대백화점 등 주요 상권들도 밀집해 있기 때문에 편리한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사업 진행 일정은=조합 집행부는 사업 속도내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출구전략에 따른 실태조사, 주민의견조사로 인해 사업이 지체된 만큼 재개발사업을 본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다. 우선 내년 말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듬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2021년 착공 및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구역은 이미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시공자 선정도 마쳤다. 메이저급인 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 컨소시엄이 시공 파트너다. 따라서 정책적인 걸림돌만 없다면 원활한 재개발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활한 재개발사업 진행을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일선 사업장들의 원활한 재개발·재건축 진행을 위한 정책 마련보다는, 더 이상 출구전략과 같은 정책이 시행되지 않아야 한다. 지난 2012년 출구전략이 도입되면서 실태조사 등에 따라 주민분란으로 사업이 지체돼왔다. 더욱이 한시법으로 정해뒀던 출구전략 관련법은 2회에 걸쳐 연장됐다. 이 마저도 모자라 2016년 직권해제 도입과 함께 주민의견조사 제도가 시행됐다. 출구전략은 ‘주민 뜻대로’가 핵심이다.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사업 찬·반에 대한 의견을 물어 사업 중단 및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골자다. 결론적으로 우리구역은 출구전략에 따라 사업만 지체됐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조합 집행부를 믿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주민의견조사로 주민들의 재개발사업에 대한 염원을 재확인한 셈이다. 재개발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도 증명됐다. 조합 수장으로서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최상의 결과물은 명품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 향상 방안을 연구하면서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재개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집행부를 믿고, 협력해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는 협조를 부탁드린다. 사업이 완료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조합원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하겠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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