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구역들이 시공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시공자 유찰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수주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임에도 건설사들의 관망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주 과열을 경고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반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일부 인기지역에는 건설사들이 몰리는 반면 지방에는 ‘시공자 모시기’를 해야 할 정도로 수주전 양극화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 지방선 미분양 물량 증가로 침체 심해져=건설사들이 지방 정비사업의 수주전에 소극적인 이유가 바로 미분양에 대한 우려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올 3분기를 기준으로 지방의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58.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초기 분양률이란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한 민간아파트가 분양 시작 후 3개월~6개월까지의 계약한 비율이다. 


무려 절반 가까운 분양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초기 분양률이 74.7%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 16% 이상이 낮아진 셈이다.


특히 경남지역의 경우 3분기 초기분양률은 23.3%로 10채 중 7~8채가 초기 분양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경북, 제주의 경우에도 초기 분양률이 5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HUG는 지난 8월말 경기도와 지방의 지자체 24곳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상황이다.


▲2년간 입찰 금지 등 강화된 시공자 처벌 규정 시행… 건설사 몸 사리기=지난달 13일 시공자 처벌 규정이 강화된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에 들어간 것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소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개정법에 따르면 건설사가 금품·향응 제공 등의 행위제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시공권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공사비의 최고 2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공사비가 1,000억원만 된다고 가정해도 과징금이 무려 200억원이나 된다. 단지 규모가 큰 현장에서 불법 행태가 적발되면 사실상 과징금만으로도 기업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을 정도다. 


또 불법 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최고 2년 동안 정비사업에 입찰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현재 건설사들이 당장 공공택지에서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비사업의 입찰이 금지되면 사실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강남권의 시공자 선정이 몰리면서 정부와 검찰의 이목이 정비사업에 쏠려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미 일부 대형건설사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시범 케이스’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자 처벌 규정을 강화한 것은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이지만, 홍보업체의 잘못까지 건설사가 책임을 지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일부 건설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수주에 뛰어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