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임원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이 요구된다. 구역 내 거주나 소유가 일정 기간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 제한이 대표적 피선임 자격이다.


거주요건이나 소유요건은 주민등록등본이나 등기부등본 등 공적 자료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그 충족 여부가 큰 다툼이 되기 어렵다.


임원 피선임 자격과 관련하여 비교적 고민이 필요한 쟁점은 ‘겸직금지의무 위반’이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임원은 같은 목적의 정비사업을 하는 다른 조합의 임원 또는 직원을 겸할 수 없다”고 직접 겸직금지를 선언하고 있다. 


타 조합의 임원이나 직원인 사람이 새로운 조합의 임원으로 입후보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새로운 조합의 정관이나 선거관리규정을 살피게 된다. 혹시 임원에 입후보하기 위해 이미 선임되어 있는 타 구역의 직을 사임하여야 하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표준정관은 단순히 법에서 규정한 겸직금지의무 위반을 재차 선언하고 있을 뿐 특별히 입후보를 위해 먼저 선임된 직을 사퇴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은 없고 이를 그대로 반영한 거의 모든 조합의 정관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입후보를 위해 미리 직을 사퇴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선임총회에서 당선되고 나서야 비로소 먼저 선임되어 있는 구역에서의 직을 사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당선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직을 사퇴하는 모양새가 얄미워 보이는 탓인지 낙선한 후보 측에서 겸직금지의무 위반을 거론하며 뒤늦게 당선무효를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거주요건이나 소유요건처럼 간단히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도시정비법 자체가 ‘겸직할 수 없다’고 매우 단순하게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먼저 선임된 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새로운 조합에서 임원으로 당선될 경우 그 선임결의는 겸직금지의무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 걸까.


당선무효를 옹호하는 측의 논리는 법 규정 만큼이나 단순하다. 법을 봐라. ‘할 수 없다’고 되어있지? 할 수 없는 것을 했으니 법위반이고 당선은 법에 위반되어 당연히 무효다. 


반면 겸직금지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쪽의 논리는 이보단 덜 단순하다. 법이 ‘겸직할 수 없다’고 규율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할 수 없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도시정비법이 겸직하지 말라는 것은 기존에 선임된 직이 있음에도 타 구역에서 새로 임직원으로 선임될 경우, 먼저 선임되어 있던 조합에서의 직에 충실하기 어렵고, 따라서 새로운 직을 종국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원래의 직에서 해임되거나 스스로 퇴임하는 것이 상당하며, 나아가 본래의 직에 충실하지 못하여 조합에 손해가 발생한다면 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새기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새로 선임된 조합과 관련한 겸직금지 의무 역시 새로운 직을 수행함에 저해가 되지 않는 범위의 적정시기에 먼저 선임된 직에서 퇴임할 의무를 부담하고, 만약 상당한 기간 그 직에서 퇴임하지 않아 새로 선임된 직에서의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면 그 새로운 직에서 해임되는 것이 상당하며 그로 인해 조합에 손해를 야기했다면 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겸직금지를 선언한 법의 진정한 취지이고 입후보 단계에서 사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임결의가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견해가 옳을까. 겸직금지 의무는 충실의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후자가 타당하다. 법이 단순하다고 해석까지 단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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