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적폐청산은 대표적인 국정과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 수사 결과를 보면 재개발·재건축을 ‘적폐’ 프레임에 갇힌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경찰청은 최근 생활적폐 청산을 골자로 진행한 수사 결과 발표를 내놨습니다. 결과는 전체 353건을 적발해 1,548명이 검거됐고, 38명이 생활적폐 사범으로 구속됐습니다. 이중 재개발·재건축 부문은 92건 적발에 619명이 검거됐고, 8명이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적발 사례는 추진위·조합의 재개발·재건축 진행 과정과 무방하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검거된 사범 619명 가운데 70%가 넘는 432명은 분양권 불법 전매를 하거나 통장을 넘긴 사례에 해당합니다.


사실 그동안 일부 사업장의 수주 행태를 보면 정부가 바라보고 있는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시공자 선정 절차는 까다로워졌습니다.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제안과 개별홍보 등이 모두 금지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법 제정 이후 불법행위 근절을 골자로 법은 수십차례에 걸쳐 개정됐습니다. 현재 조합장 등은 준공무원으로 규정해놓고 있고, 비리 적발시 처벌 강도도 더욱 강화됐습니다.


어두운 이미지와 달리 수사청이 발표한 적폐 청산 결과는 재개발·재건축이 더 이상 비리의 온상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수사 결과 일부 정비사업의 불법행위가 적발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투기꾼들의 불법이 자행됐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적폐의 대상은 ‘재개발·재건축’이 아니라 ‘부동산 불법 행위’ 혹은 ‘투기’로 정정해야 하는 게 옳은 표현이 아닐까요. 주택공급이 부족한 시점에서 유일한 해결책인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잔뜩 씌워놓았다는 점이 못 내 아쉬울 뿐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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