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주거부에 관한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정당한 사유 판단기준)=본 사안은 채무자가 채무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잘못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다툰 경우, 채무불이행(이주거부)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확정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고, 다만 채무불이행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참조). 한편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채무자(피고)가 자신에게 채무(부동산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 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해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해 이를 다투었다고 해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해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3.12.판결).


2. 손해배상 청구 및 손해배상의 범위=사례의 경우, A재건축조합은 甲 등을 상대로 부동산을 인도하는 것을 지체하여 정비사업의 시행이 지연되었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일 이후 손해배상 소장 송달일로부터 각 부동산의 피고별 인도 완료일까지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서울고법)은 “A조합이 관리처분계획에 대하여 구청장으로부터 인가처분을 받았으므로, 조합원인 피고들이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 후 건축물의 사용·수익금지)과 조합정관규정에 따라 조합에게 각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데도 인도의무를 지체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甲 등은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甲 등이 인도의무를 지체하지 않았고 설령 인도의무를 지체하였다 하더라도 관리처분무효소송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지체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기본이주비와 사업비에 관한 대출금에 대하여 인도의무가 지체된 기간 동안의 이자와, 이주비를 신청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 같은 기간 동안 조합이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이자를 합한 금원을 손해라고 보아 위 금액에 피고별 지체일수를 곱한 액수를 손해액으로 산정한 후 甲 등에 대한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하였다.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부동산의 인도를 거부하여 인도의무를 지체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며, 조합원의 부동산 인도의무 발생시점과 범위, 인도의무 지체에 관한 정당한 사유, 신의칙, 인도의무지체와 손해발생의 인과관계, 손해배상의 범위와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법령에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유 모순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조합원의 이주 및 명도거부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되었던 조합들은 이주 및 명도 불응자에 대하여 지연이자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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