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재개발조합이 수용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 도시정비법상 협의절차와 토지보상법상 협의절차가 이원적으로 규정되었지만 실무상 토지보상법상 협의절차만 중시되어 재결신청 시기가 늦추어졌었다는 것,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도시정비법상 재개발사업에는 토지보상법상 협의절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토지보상법상 협의절차가 남았다는 이유로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재결신청청구에 따른 재결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수십 년간 굳어져온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재결신청청구를 받아 급히 재결을 신청해온 조합에 대하여 보상협의를 위한 감정평가 관련 서류나 협의절차 진행에 관한 서류 등을 요구했다는 것, 조합으로서는 서류미비를 이유로 재결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지토위의 처분을 다투는 대신 수개월의 시간을 허비해 가며 토지보상법상 협의절차를 거쳐 다시 재결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수십 년 굳어온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도시정비법상의 협의절차보다 토지보상법상의 협의절차를 중시함으로써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반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에 비추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위법행위다.


지토위의 위법한 조치에 의해 불필요한 협의를 진행하느라 최소한 수개월의 기간을 허비한 조합들은 그만큼 부당하게 증가된 가산금을 소송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 


지토위의 업무 방향과 대법원의 판결취지가 뚜렷이 배치되기에 소송을 통한 구제가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재판부는 오히려 지토위의 조치를 편들어 성실하게 협의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기간이 만료하였음에도 불구 여전히 조합에 협의절차 진행을 강요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성실히 협의절차에 임하지 않았으므로 소수자 보호 견지에서 청산자들에게 더 많은 가산금을 지급하도록 만드는 게 정의의 관념에 부합할 수 있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은 토지보상법상 재결신청청구제도와 도시정비법상 협의절차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심각한 오류이다. 왜냐하면 지토위와 위 판결은 결국 청산자의 재결신청청구가 적법한 것이어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조합은 여전히 협의를 더 진행하여 관련서류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재결을 신청할 수 없는 경우가 현실로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토지보상법은 재결신청청구나 재결신청이나 모두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을 때”를 동일한 시기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협의’라는 용어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협력하여 의논함’이란 뜻을 가진 상호적 개념이다. 따라서 협의 가능성은 협의 당사자들에게 늘 동일한 의미이고 각 당사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리 해석될 여지가 전혀 없다. 


즉 지토위와 일부 판결이 인정한 것처럼 ‘현금청산자에게는 협의 가능성이 없어 조속재결신청의 청구가 가능한데, 조합에게는 여전히 협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협의를 성실히 더 진행하여야 하고, 그리하여 조합의 재결신청은 허용되지 않는’ 기이한 상황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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