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5일 서울시 정비사업 전문조합관리인 선정 기준을 고시했습니다. 전문가를 일선 조합 최선봉에 배치해 원활한 정비사업 진행을 유도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도 시의 전문조합관리인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기준은 행정예고 당시에도 근로시간, 급여 등에 대한 기준을 두고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문조합관리인 선정에 가장 중요한 급여나 근무시간 등은 조합이 직접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조합관리인의 자격이 변호사나 회계사, 법무사 등 소위 전문가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조합장들의 급여수준으로 이들의 수입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또 일선 조합들의 평균 급여를 감안한 수준으로 책정한다고 해도 전문조합관리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시가 지난 2015년 공개한 ‘서울시 관내 정비사업 조합 등 임원 보수 현황’에 따르면 재개발구역의 조합장 평균 급여는 267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건축의 경우에도 273만원, 도시환경 291만원 등 평균 급여가 300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더욱이 추진위원장의 경우에는 재개발과 도시환경은 각각 149만원과 145만원, 재건축이 169만원으로 파악됐습니다.


향후 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에 대한 책임 소재도 문제입니다. 전문조합관리인이 구역 내 내 집을 소유한 토지등소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능동적·주체적으로 정비사업을 이끌어 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국 전문조합관리인 제도가 일선 전문가들의 스펙 쌓기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생활적폐로 지목한 상황에서 전문조합관리인제도 시행은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현재 수사청에서 한창 정비사업 비리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어느 누가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뜻 나설 지 의문입니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는 시가 정책을 도입하기 전 유의미한 고민을 한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직을 수행해오면서 “책상머리에서의 정책은 2차원이지만, 시민들의 삶은 3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뜻대로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길 기대합니다. 정책이 본래 시행 취지에서 벗어나 실제로 효력을 보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기 마련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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