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천의 한 조합은 시공자 선정 후 9년 만에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하였다.


2009년 어렵게 시공자를 선정하였지만 주택경기 침체라는 바람한 점 없는 잿빛 바다 위 홀로 떠있는 돛단배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9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조합이라는 큰 배를 이끄는 선장의 마음도, 노심초사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승객의 마음도 짙은 안개 속을 헤매긴 마찬가지였다.


9년의 항해에 낡은 배를 수리하는 마음으로 작년 사업계획 변경을 통하여 세대수를 늘리고, 혁신 설계기법을 통한 편의성과 공사비 절감이라는 돛을 세우게 되었다.


조합원은 이러한 선장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고, 지지부진한 사업추진에 심한 질책도 했으며,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격려도 했다.


조합장은 5개월의 공사비 협상 결과와 분양시장 상황, HUG보증 등의 상황을 종합, 심사숙고하여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안)을 차분히 설명하였고, 조합원은 제시된 숫자를 이해한 것이 아닌 사업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부터가 진짜 사업의 시작입니다. 지난 9년의 시간은 앞으로 5년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을 뿐이라고” 조합장은 말을 맺었다.


우리는 과정이야 모르는 일이고 매사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포기하고 싶었던 9년의 세월을 올곧이 버티고 1,400명 조합원 앞에 당당하게 설수 있는 바로 그 한 가지는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그대로의 진심뿐이었고, 비로소 조합원은 숫자 타령이 아닌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장은 앞으로 가야할 5년의 항해를 위해 범선을 준비한다. 단순한 승객의 마음으로 함께 배에 올랐던 조합원은 이제 선원의 마음이 되어 함께 기나긴 여정의 끝을 보고자 함께 노를 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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