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마카오는 도박과 범죄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1980~1990년대 홍콩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이면 도박과 총격이 난무하는 부패된 도시로 인식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또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도박 범죄가 대부분 마카오에서 벌어진 것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마카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박 도시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카지노 산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이 바로 마카오이다. 하지만 범죄가 난무한다거나, 더러운 도시라는 인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 최고 수준의 치안과 관광 상품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면적이 불과 서울 노원구보다 작은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는 관광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카오를 상징하는 문화 유적인 성 바울 성당. 동양과 서양의 종교와 문화가 혼합된 문화재이지만, 대부분 소실되어 성당 정면 등 일부만 남게 됐다.
마카오를 상징하는 문화 유적인 성 바울 성당. 동양과 서양의 종교와 문화가 혼합된 문화재이지만, 대부분 소실되어 성당 정면 등 일부만 남게 됐다.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아시아 속 작은 유럽…. 마카오를 대변하는 수식어들에 수긍이 갑니다. 마카오는 홍콩과 곧잘 비교가 되곤 하죠. 홍콩과 마찬가지로 특별행정구이면서 거리상으로도 이웃해 있습니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도 불과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홍콩이 고층 빌딩을 앞세운 첨단 도시의 이미지라면 마카오는 문화유산과 고층건물들이 조화를 이룬 느낌입니다. 포르투갈령에 속한 도시였던 만큼 곳곳에 남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마카오 구도심인 세나도 광장. 아시아에서는 보기 힘든 유럽식의 건축물과 도로 바닥의 모자이크가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카오 구도심인 세나도 광장. 아시아에서는 보기 힘든 유럽식의 건축물과 도로 바닥의 모자이크가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카오의 구도심인 세나도 광장에 들어서면 유럽적인 색채가 눈에 띕니다.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는 길은 자갈이나 바위를 깔아 모자이크로 꾸몄습니다. 건축물도 이색적입니다. 유럽식 건물에 흰색과 빨간색, 노란색 등의 다양한 색을 칠해놓았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마카오라고 하면 보통 카지노나 호텔이 연상되게 마련입니다만, 세계적인 문화유산도 많습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과 광장이 30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의 예술품 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성 도미니크 성당을 비롯해 성 바울 성당 유적 등이 대표적인 상징물입니다. 


특히 성 바울 성당은 동양과 서양의 종교와 문화가 혼합된 성당으로 유명합니다. 높은 계단 위에 우뚝 솟은 성당이지만 사실 화재로 인해 대부분 소실되어 성당 정면과 벽의 일부, 지하실만 남아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제1호 국보인 남대문이 떠올라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역시 마카오는 카지노를 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가 묵은 ‘베네시안 호텔(Venetian Hotel)’은 마카오를 대표하는 카지노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천장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실내에는 운하(운하라기보다는 인공수로에 가깝다)와 곤돌라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한화로 무려 3조원을 쏟아 부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실내 공간을 가진 건물이기도 합니다.


베네시안 호텔 내에는 축구장 3개 크기의 카지노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1층에 위치한 이 카지노는 크기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객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입장료는 받지 않습니다. 카지노장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모를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마카오의 도박 산업의 일면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카오의 도박 산업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이미 지난 2006년 도박 총액 규모에서 카지노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제쳤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사실상 비교 대상도 되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카지노 도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실제로 마카오의 경제는 도박 산업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마카오 전체 국내총생산(GDP)는 약 3,600억 마카오달러(MOP)로, 도박 산업으로 인한 수입이 약 2,240억 마카오달러에 달합니다. 무려 60% 이상이 도박 산업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마카오 정부의 세수는 도박 산업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체 세수 1,024억 마카오달러 가운데 843억 마카오달러를 도박 산업으로 걷어 들였습니다. 세금의 85% 가량을 도박 산업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마카오가 도박 산업의 도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마카오라는 도시는 처음부터 도박 산업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카오의 도박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마카오는 홍콩보다 300년이나 앞선 1540년대에 포르투갈의 교역기지로 무역 거점 도시였습니다. 1950년대 포르투갈인들은 배의 화물을 말린다는 구실로 명나라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체류하게 됩니다. 


이후 매년 뇌물을 주고 거점을 구축해나갔는데, 청나라 조정에서는 매년 500냥을 바치는 조건으로 포르투갈의 마카오 체류를 공식적으로 허용합니다.


하지만 1840년대에 영국이 홍콩섬을 난징조약으로 지배하면서 마카오와 멀지 않은 홍콩이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마카오는 점차 쇠퇴하게 되고, 포르투갈도 강대국 대열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포르투갈은 마카오에서 돈을 벌기 위해 주변국들이 허용하지 않았던 카지노를 대량으로 육성하게 됩니다.


이후 마카오는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출신 재벌이 독점하다시피 한 카지노 허가 규제를 풀게 됩니다. 독점이 사라지자 라스베이거스 등의 국제적 도박 산업 자본이 몰리게 됐고, 결국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도박·관광도시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마카오의 노후 주거지역. 매립지역에 지어진 호텔과 빌딩들은 홍콩에 버금가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면에는 낙후된 건축물들이 밀집해있다.
마카오의 노후 주거지역. 매립지역에 지어진 호텔과 빌딩들은 홍콩에 버금가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면에는 낙후된 건축물들이 밀집해있다.

마카오가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발전했지만, 이면에는 낙후된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신도시(매립지)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다보니 구도심에는 노후화된 주택이 밀집해 있습니다. 


특히 좁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높은 밀도로 주택단지를 조성해 재개발이나 재건축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화려한 도시 속에 낙후된 구도심의 도시재생이 어떻게 진행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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