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협력업체 계약에 관한 방법도 크게 바뀌었다. 종래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제외하고는 도시정비법이 직접 협력업체의 선정이나 계약 방법에 관하여 규율하지는 않았었기에 조합으로서는 정관에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면 충분하였다. 


조합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일반경쟁, 제한경쟁, 지명경쟁 및 수의계약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정 도시정비법은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조합의 모든 협력업체의 계약을 일반경쟁에 의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개정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도시정비법은 따로 부칙에 경과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경과규정에 따르면 일반경쟁 강제규정은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경과규정의 문장구조가 간결해 그다지 해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간결성 때문에 향후 다양한 해석론이 쏟아질 여지가 상당히 많다. 여러 가지 사례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오늘은 실제 문제되고 있는 사안 중 가장 간단해 보이는 것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안의 핵심은 이러하다. 조합은 개정법의 경과규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법시행일인 2018년 2월 9일 이전에 사업시행계획의 수립에 필수적인 각종 협력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입찰공고, 선정결의, 해당 업체에 대한 선정통보 등의 입찰절차를 진행했다. 


문제는 적절한 선정절차를 밝아놓고도 정작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는 데서 불거졌다.


즉 경과규정은 분명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므로 일반경쟁이 강제되지 않는 구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 시행 전에 계약체결을 하였어야 했는데 위 사안에서 계약 체결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이미 진행된 선정절차는 모두 무위로 돌려지고 조합은 새로이 신법에 따른 일반경쟁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먼저 경과규정의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일찍이 동일한 경과 규정상의 ‘최초로 선정하는 경우’를 선정행위가 완결되어야 할 필요는 없고 선정공고 등 선정을 위한 대외적 행위를 진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새긴 것과 평행하게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역시 계약체결까지 완료할 필요가 없으며 계약체결을 위한 대외적 행위를 개시하면 족하다는 해석론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해석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미 신법 시행일 전까지 계약 체결까지 완료하여야만 구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반대의 해석론을 내놓은 바 있다. 조합이 형사책임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국토부와 반대되는 해석론을 취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해답은 국토교통부의 해석론에 따르더라도 위 사안에서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의 합치, 즉 합의에 의하여 성립한다. 입찰방법에 의한 계약의 성립에 관하여 업체의 입찰참여는 청약이고 입찰자의 낙찰선언은 승낙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즉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다. 


결국 본 사안에서 신법 적용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들은 계약체결에 관해 확립된 법리를 알지 못했거나 오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겨진다. 계약 체결되었는지는 계약서가 작성되었는지가 아니라 청약과 승낙으로 볼만한 계약당사자의 객관적 행위가 있었느냐에 좌우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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