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유사한 점이 많다. 세계적으로 높은 인구밀도와 도시에 수변을 끼고 있다는 점,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면서 단기간 내에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 도시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르다. 홍콩·마카오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발돋움한 반면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홍콩·마카오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문화재가 풍부한 곳은 아니다. 오히려 인위적인 관광 상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 반열에 올랐다. 홍콩·마카오가 가진 매력을 알기 위해 직접 방문해봤다.

홍콩의 야경. 역사·문화적 관광자원이 많지 않은 홍콩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고층 건물들을 활용한 야경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홍콩의 야경. 역사·문화적 관광자원이 많지 않은 홍콩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고층 건물들을 활용한 야경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홍콩 해안가에 들어선 형형색색의 빌딩들. 다양한 높이의 건물들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고 있다.
홍콩 해안가에 들어선 형형색색의 빌딩들. 다양한 높이의 건물들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고 있다.

195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 ‘홍콩 아가씨’의 첫 소절입니다. 무려 60년이 넘은 노래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곡입니다. 얼마 전 홍콩 아가씨를 부른 가수 금사향 씨가 세상을 떠나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노랫말처럼 ‘홍콩’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가 ‘야경’일 것입니다. 물론 맛있는 음식과 카지노, 영화 등도 유명하지만, 홍콩은 뭐니 뭐니 해도 야경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곳입니다. 5월의 어느 날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와~ 후텁지근하다” 홍콩에 도착한 일행이 내놓은 첫 마디입니다. 홍콩의 5월은 서울의 따뜻한 날씨와 사뭇 달라 놀라게 됩니다. 한국의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높은 온도와 바닷가에 위치한 탓에 습도 역시 높습니다. 


‘향기로운 항구’라는 뜻의 홍콩(香港,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는 향항)이지만, 향기를 느낄 틈도 없이 숨이 턱턱 막히게 됩니다.


실제로 홍콩 사람들은 거의 1년 내내 에어컨을 켜놓고 생활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온이 높은 탓도 있지만, 버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습기를 제거하기 위한 이유가 더 큽니다. 덕분에 무더운 날씨에도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컨으로 인해 쌀쌀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홍콩이 높은 습도로 악명이 높다라면 야경은 세계인들이 감탄할 정도로 유명세가 높습니다. 일부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일본의 하코다테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홍콩의 야경이 아름답다는 의미겠죠.


서울의 한강변은 대부분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것과 달리 홍콩의 해안에는 세계적인 마천루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천루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150미터가 넘는 건축물만도 200개가 넘는다고 하니 고개가 저절로 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홍콩은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로 알려진 만큼 금융·상업·비즈니스를 위한 초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초고층 건물이 상업용 건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주거용 건축물도 초고층으로 지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초고층 건물들은 홍콩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천루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빌딩을 활용해 황홀한 야경을 만들고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것입니다. 건물의 조명과 레이저 투사, 음악이 펼쳐지는 ‘심포니 오브 라이츠(A Symphony of Lights)’를 통해서 말이죠.


빅토리아항 주변에 건설된 빌딩들이 내뿜는 레이저쇼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항구 양쪽에 위치한 수십 개의 건물들이 음악에 맞춰 레이저를 쏘아 하늘을 화려하게 물들입니다. 확실히 홍콩의 밤은 낮보다 화려했습니다.

홍콩에서 만난 위안부 소녀상. 홍콩도 한국과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위안부상은 홍콩주재 일본대사관과 연결된 길에 세워졌다.
홍콩에서 만난 위안부 소녀상. 홍콩도 한국과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위안부상은 홍콩주재 일본대사관과 연결된 길에 세워졌다.

특히 한국 사람의 눈에 익은 전광판이 보입니다. 빌딩에는 국내 모 대기업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에서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름이지만, 홍콩에서 본 한국기업은 반가우면서도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홍콩이 세계건축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천루 경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찌 보면 제한된 면적에 높은 인구 밀도를 지닌 홍콩이 초고층을 건설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홍콩은 전체 면적의 약 80%가 산과 구릉지인 탓에 개발할 수 있는 땅이 많지 않습니다. 인구가 약 740만 명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면적 대비 인구 밀도는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층수를 일괄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정책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콩은 주변과 조화를 이루기만 하면 초고층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층수를 통해 창의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마천루들의 무질서함 속에서 도시가 빛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35층 룰’을 적용하고 있는 어느 도시에서는 홍콩과 같은 아름다운 야경은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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