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총회의 소집권한은 조합장이 보유한다. 그러나 조합장이 사임하거나 해임되는 경우, 업무가 정지되는 경우 등 조합장이 직무를 집행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 도래하면 총회의 소집권한 역시 직무대행자 등이 대신 행사하게 된다.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된다면 총회 소집권한의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해당 직무대행자를 조합장으로 보고 총회 소집에 관한 모든 절차를 진행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무대행 체제가 아닌 감사의 예외적 총회소집권한의 경우는 정관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총회는 소집권자인 조합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개최하게 되지만 조합원 5분의 1 이상, 또는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개최요구가 있을 때에도 개최되어야 한다. 이때 총회 개최요구의 상대방은 물론 조합장이지만, 조합장이 개최요구를 받고도 2개월 이내에 총회를 소집하지 않으면 소집권한은 감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때 감사가 소집권한을 ‘지체없이’ 행사하지 않으면 소집청구의 대표자가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 직접 총회를 소집하게 된다.


실제 사안에서 감사의 소집권한 인정 여부를 두고 다툼이 된 것은 바로 이 ‘지체없이’ 부분이다. 조합장은 물론 직무를 대행할 이사들이 모두 해임되고 직무까지 정지된 상태에서 소집청구의 대표자가 바로 감사에게 총회 소집을 요구하였는데 소집요구가 감사에게 전달된 지 불과 하루 만에 다시 구청장에게 소집청구 대표자를 소집권자로 한 총회소집의 승인을 신청한 것이다. 


승인 신청을 받은 구청은 그로부터 열흘 정도 후 소집청구 대표자의 총회 소집을 승인하였다. 과연 감사는 구청장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감사의 총회소집권한이 ‘지체없이’ 행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소집청구 대표자에 대한 구청장의 승인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감사가 총회소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았으므로 구청장의 승인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과연 ‘지체없이’는 어느 정도의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새겨야 할까. 유사한 사안에서의 유권해석례를 참고해 보자.


먼저 매도청구권 행사를 위한 최고 시기를 ‘지체없이’로 규정한 집합건물법의 의미에 관해 대법원은 “재건축 결의가 이루어진 후 즉시 최고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업 진행 정도에 비추어 적절한 시점에 최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민원처리 결과를 ‘지체없이’ 민원인에게 통지하도록 한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규정의 의미에 관해 행정안전부는 “몇 시간 또는 며칠과 같은 물리적인 시간 또는 기간을 의미한다기 보다 민원사무의 처리결과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 가장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기간을 의미”하며 “합리적인 이유에 따른 지체는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두 해석례에서 알 수 있듯 ‘지체없이’는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합리적으로 타당한 기간 정도의 의미로 새기면 된다. 따라서 감사의 소집권한 역시 소집청구의 적법성 확인, 총회소집을 위한 일시 장소의 물색, 총회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 등을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한 기간 내에 행사되면 충분하다. 


결국 위 사안에서 감사가 소집청구를 받은 지 2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해진 구청장의 승인은 지나치게 단기간이어서 특별히 법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따라서 합리적 기간 내이기만 하다면 감사는 여전히 총회 소집권한을 보유한다고 새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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