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달리 환수제 피한 곳 전무

사업시행자 지정 사업장 2곳 불과

전문가, 동의서 받기 쉽지 않을 것

높은 수수료, 불합리 계약에 반감


지난해 정비사업 시장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다. 서울 여의도 등 재건축사업장 곳곳에서 투명성, 빠른 사업 진행을 앞세워 신탁방식이 도입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둔 단지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신탁방식은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가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자로 참여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본격화됐다.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써 사업시행자 및 대행자로 지정되면 자금조달부터 분양까지의 모든 과정을 맡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과 동시에 신탁사들은 투명한 사업 진행과 기존 조합방식에 비해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적용이 유예됐던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재건축사업장을 중심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지난 1일 예정대로 초과이익환수제는 시행됐고, 신탁방식을 도입하면 제도를 피할 수 있다고 홍보했던 곳들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실상 신탁방식을 도입한 재건축사업장 모두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된 셈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신탁방식을 도입한 곳들은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 대교아파트, 수정아파트, 시범아파트, 서초구 방배동 방배7구역, 방배삼호, 용산구 한남동 한성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받은 곳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한남동 한성아파트 2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된 것으로 평가 받는 곳은 지난해 6월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를 받은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꼽힌다. 이곳은 올해 상반기 중 시공자 선정에 나선 후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재건축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에 신탁방식을 도입한 곳에서 추진 속도가 더딘 이유는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민들이 향후 신탁사에 지급해야 할 높은 수수료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동의서 제출 및 등기 이전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엄정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실장은 “신탁방식을 적용한 정비사업장에서 사업시행자 및 대행자 지정·고시를 받으려면 사실상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법적 동의율에 준하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탁사에 지불해야 할 높은 수수료와 계약서상 각종 불합리한 요소들이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는 조합을 대신할 시행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토지면적 1/3 이상이 신탁사로 등기를 이전해야 가능하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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