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원회 당시 ‘올해 안으로 시공자 선정을 완료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비웃었었죠. 불과 1년 남짓 남은 시간에 조합설립과 시공자까지 선정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공자 입찰만 무사히 마치면 내달 중에 총회에서 선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원 영통2구역 재건축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상조 조합장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지난해 10월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후 ‘2017년 시공자 선정’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건설사들도 빨라야 내년 3~4월에나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조합장은 주변의 코웃음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장교 출신답게 ‘군인 정신’으로 묵묵히 조합설립 업무에 매진했다. 그리고 지난달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시공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남들이 말하는 ‘불가능’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400세대가 넘는 대단지에서 이룬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이 조합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조 조합장
이상조 조합장

▲우선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조합설립인가를 축하드린다. 구역 규모를 보면 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지난해 10월 31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지난 10월 12일 조합설립인가 고시가 났으니까 약 11개월 만에 조합을 설립한 셈이다. 현재 영통2구역은 매탄주공4단지와 5단지를 통합해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4·5단지의 세대수가 약 2,440세대에 달한다.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약 98% 동의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만큼 비교적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됐다고 본다.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중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했다. 추진위원회의만도 10차례 진행했으며, 주민들과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토지등소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추진위원회 당시 ‘2017년까지 시공자 선정’을 공약을 내걸었다고 들었다. 현재 사업추진 상황에 비춰보면 공약 이행이 가능한 상황인지=지난달 12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현재 시공자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30일 일간신문에 입찰공고를 냈으며, 지난 6일 개최한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도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중견 건설사까지 10개사가 참여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입찰마감에서 2개사 이상이 참여하면 연내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 현재 예정으로는 내달 16일 합동설명회를 개최하고, 23일에는 2차 합동설명회와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다만 입찰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건설사들의 판단보다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다보니 입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목표는 충분히 이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지 규모에 비해 사업 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비결이라기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본다. 재건축은 시간이 곧 돈인 사업이다. 사업기간을 단축시키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 조합의 기본 방침이다. 물론 목표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재산, 내 이웃의 재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수원시에서도 재건축사업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통2구역은 매탄주공4단지와 5단지가 통합해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각 단지별 재건축이 아닌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처음부터 4단지와 5단지가 통합해서 재건축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4단지의 경우 5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토지효율적인 측면이나 대단지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통합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수원시가 판단한 것 같다. 특히 4단지와 5단지 사이에는 도시계획도로가 설치되어 있어 토지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도로는 인근 단지가 재건축되면서 우리 단지에서 끊겨 사실상 도로로서의 가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계획도로다보니 주차 위반 경고장(딱지)가 붙는 등 불편함이 많은 상황이다. 또 도로로 인해 아파트나 공원 등의 배치에도 제약이 발생한다. 결국 단지를 통합해야 하는 대의를 거스를 수 없었다.

▲아파트가 건설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생활에도 불편함이 많을 것 같은데=우리 단지는 준공된 지 32년이 넘어가면서 배관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에서 빨간 녹이 섞여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일부 세대는 누수까지 겪고 있다. 녹물이 나오다 보니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 물을 사먹거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아리수’라는 브랜드로 수돗물을 식수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 단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래된 배관을 고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워낙 노후된 상태다보니 자칫 배관 전체가 다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고장도 잦다보니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재건축은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다. 영통2구역의 사업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재건축의 사업성 판단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먼저 사업계획을 통한 사업성 분석이다. 즉 일반분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우리 구역의 경우 현재 2,44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재건축을 통해 약 4,100세대 정도가 신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440세대 모두 재정착하더라도 무려 1,600세대 이상이 일반분양 물량이라는 뜻이다. 특히 소유 평형 대비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입지조건도 재건축을 추진하기에 최적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만, 미분양 위험은 적다는 뜻이다. 서울과 지방을 잇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시내외 버스와 지하철 등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서울 서초, 강남 등과 곧장 연결되는 버스 노선이 다수 지나고 있다. 또 수원시청과 수원남부경찰서 등 각종 관공서와 은행,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아주대학교를 비롯해 초·중·고교가 인접해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조합의 당면한 과제는 역시 시공자 선정이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역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발생한 과열경쟁으로 시공자 선정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장 시행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구역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벌써부터 이사비용을 놓고 주민과 행정청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공정경쟁’은 시대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보다는 건설사가 제시하는 품질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아쉬운 측면도 있겠지만,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건설사들은 보다 좋은 참여제안을,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의 제안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주길 바란다. 장기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건설사를 선정하는데 힘써주길 바란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