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이 조합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봐야 제대로 진행될 수 없습니다. 조합장으로 당선된 후 사업을 ‘올스톱’ 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 한분씩 만나 뵙고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드리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부동산 침체여파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휘경2구역은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우리 구역이라고 왜 힘든 상황을 겪지 않았겠나. 조합 내부적인 문제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조합원들의 신뢰도 많이 떨어졌었다. 조합장으로 당선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사업을 전부 멈춘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믿음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50명의 조합원을 한분 한분 찾아 뵙고,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사업이 취소될 경우에 발생할 문제들과 사업성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반대하시는 분들도 진심을 보이자 조합을 다시 믿어주셨다. 조합원들의 신뢰가 쌓이자 사업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조합원을 만나는 일은 협력업체의 역할이 아니다. 조합장은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개발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관리처분이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반대도 심해서 가장 어려운 단계이기도 하다. 휘경2구역이 관리처분계획 단계를 조용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조합과 조합원의 신뢰가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고 소식지나 안내문, 문자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을 찾아 뵙고 설명을 드렸다. 관리처분계획은 단순히 수치만 나열해서는 조합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관리처분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총회에서 참석조합원의 93%의 찬성으로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됐다. 총회시간도 당초 5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불과 2시간만에 마칠 수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비례율이 100%를 넘는 것으로 산정됐다. 사업성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기본적으로 역세권 시프트 적용으로 높은 용적률이 적용됐고, 입지조건이 뛰어나 분양성이 높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이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사업추진이 잘 되는 곳은 분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공사비 협상에서 적정 공사비로 협의된 것도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공사비 협상에 앞서 서울시 내 재개발구역의 도급공사계약서를 수집해 분석했다.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2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비 원가를 품목별로 모두 따져봤다. 원가에 적정 이윤을 철거하게 검증해 협상에 들어갔다. 시공자인 SK건설도 한발 양보했다. 덕분에 낮은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철거공사비와 석면처리비용이 포함됐으며, 조합원 분양세대에 발코니 확장 공사비도 시공자가 부담하기로 했다. 덕분에 100%가 넘는 비례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업비용에 대해서는 워낙 꼼꼼하게 절약해서, 주변에서 ‘짠돌이 조합장’이라는 말을 들었다=작은 것이 모이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된다. 짠돌이라기보다는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자는 주의다. 예를 들면 조합사무실 형광등이 대표적이다. 사무실에 사람이 별로 없는데 굳이 모든 형광들을 다 켤 필요가 없지 않나. 그래서 사무실에 상근하는 직원들 머리위에 형광들만 켤 수 있도록 독립적인 스위치를 설치했다. 필요한 사람만 켜면 되는 것이다. 또 기존에 2곳의 조합사무실이 있었는데, 1곳을 폐쇄했다. 굳이 사무실 2곳을 모두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곳도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했다. 총회를 개최할 때도 OS직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직접 발로 뛰어다닌다. 조합원들의 돈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의 발송번호를 조합장 번호로 남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조합원들이 누굴 믿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조합장과 조합원은 가장 가까운 사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자메시지 발송번호를 내 휴대전화 번호로 선택한 이유다. 궁금한 사항을 직접 전화해 달라는 의미로 전체 조합원에게 전화번호를 공개한 것이다. 처음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때에는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다. 밤에도 전화하는 조합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상담을 하고, 답변을 드렸다. 문자뿐만이 아니다. 퇴근 후에는 구역 내 홍보사무실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홍보사무실로 출근하다. 사랑방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찾아주신다. 또 총회가 끝나면,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들을 찾아뵙는다. 혹시나 오해가 생겨 감정이 상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절 믿어주시는 것 같다.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조합을 믿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주신 덕분에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날까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해 나아갈 것을 약속드린다. 늘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발로 뛰는 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합을 믿고, 단합한다면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고견에 항상 귀기울이는 조합이 되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사업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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