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조합원들의 토지등소유권을 신탁받아 사업을 시행한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소유권을 조합에 신탁하도록 강제하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재건축조합은 정관에 출자의무 및 신탁등기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정비사업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조합원 명의의 구역내 토지등소유권이 조합 혹은 신탁사 명의로 바뀜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사업시행과정에서 구역내 토지등의 사용·처분이 상당히 수월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뜻밖의 상황을 겪는 재건축조합들이 있다. 조합명의로 신탁된 재산이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게 된 것이다. 신탁재산이 경매에 부쳐질 일이 무어있을까 싶지만 시공사 등 조합의 협력업체와 아름답게 헤어지지 못하게 되면 이따금 협력업체는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조합을 강하게 압박하게 된다.


물론 조합이 원활한 자금조달을 통해 채권을 변제할 수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나 후속 시공사가 장기간 선정되지 못하는 상황 등 조합이 당장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조합의 자금줄이 막힐 경우 결국 조합의 채권자는 현금 이외의 재산을 환가하여 채권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조합이 가진 현금 이외의 자산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합원들이 신탁한 토지등소유물이다.


조합의 채권자들이 조합의 신탁재산을 경매에 부쳐 경락이 되는 사태가 현실화되면 당장 불거지는 문제가 조합원 지위다. 경매절차가 완료되어 새로운 소유자가 등장함에 따라 누구에게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먼저 새롭게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의당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하므로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데 이론상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새로이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거나 이미 동의서를 제출하고 신탁한 재산을 취득한 것이어서 별도의 동의서 제출없이 당연히 조합원 지위를 취득한다는 등 구체적 조합가입 절차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심각한 것은 경락된 물건을 신탁하였던 종래 조합원의 거취다. 이에 관하여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크게 대립되는 두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먼저 종래 조합원이었던 자의 조합원 지위가 상실된다는 견해다.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지위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주어지는 것이기에 경매절차를 통해 소유권이 넘어가는 순간 종전의 조합원은 토지등소유자 자격을 잃고 그 결과 조합원 지위도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유권의 상실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지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견해다. 신탁을 통해 소유권을 조합에 넘긴 이상 그 이후의 소유권 변동은 조합원 지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유권 상실을 이유로 조합원 지위를 부정하는 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형식적인 소유권지위가 있느냐 없느냐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은 조합설립동의를 통한 조합가입 단계에 그친다고 보아야 한다.


조합가입 이후 출자의무의 이행 즉, 신탁등기의무를 이행하면 기존 조합원이 법적으론 엄연히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때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신탁등기의무를 이행한 모든 조합원들이 그 지위를 상실한다고 보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경매절차에도 불구, 기존 조합원의 지위는 변동이 없으며 새롭게 소유권을 취득한 경락인은 그의 선택에 따라 조합원이 되거나 청산자가 되는 것으로 이론구성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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