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소송의 제기시점을 두고 많은 조합들이 고심한다. 예전에는 이주기간이 지나도록 집을 비우지 않는 점유자들만을 상대로 선별적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시기에 소송을 시작하는 이른바 선별적 명도소송의 최고 미덕은 명도소송 제기 건수를 줄여 변호사에게 지출되는 소송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소박한 마인드로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으로 여겨질 수 있기에 얼마간 유행이 지난 감이 있긴해도 여전히 이 방안을 선호하는 조합이 상당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보아 매우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지는 선별적 명도소송 방안에는 사실 그 장점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의 심각한 단점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조합이 설정한 이주기간(조합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3개월 이상)이 경과한 후 남겨진 점유자들을 대상으로 이주를 설득하며 드러난 개인별 성향 분석을 토대로 종국적인 명도소송 대상자를 확정하고 비로소 소송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통상 이주개시일로부터 4개월 내지 6개월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명도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 


명도소송 대상자가 줄어 소송비용이 절약되었다고 기뻐하기에는 뒤늦게 소송이 시작됨으로써 착공시기가 늦어지고 그에 따라 이주비로 풀린 막대한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의 증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 조합들로서는 당연히 소송비용의 절약과 금융비용의 증가를 비교하여 어떤 방안이 조합에 더 이득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는 즉시 거의 모든 점유자를 대상으로 망라적인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이주기간 동안 소송제기 사실을 활용한 적극적 이주 관리 후(물론 이주기간의 만료를 전후하여 점유자가 임의로 이주하면 제기하였던 명도소송을 선별적으로 취하하게 된다) 최후까지 스스로 이주하지 않고 남는 점유자들은 결국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으로 점유를 빼앗는 망라적 명도소송을 선호하는 추세다. 


선별적 명도소송과 비교해 망라적 명도소송(업계에서는 통상 ‘통명도’라고 칭하여진다)의 두드러진 장점은 일찍 시작한 만큼 소송기간을 단축하여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망라적 명도소송의 최대 단점은 명도소송 대상자가 증가하여 그만큼 소송비용이 커진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기간 단축을 통한 금융비용 감축 규모가 소송비용 증가액을 훨씬 상회하기에 현재 많은 조합들이 망라적 명도소송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비용의 증가 외에 망라적 소송의 잠재적 단점으로 지적되는 내용이 하나 더 있긴하다. 소송제기 사실 자체가 점유자들의 반발심을 키워 소송이 없었다면 스스로 이주하였을 점유자가 이주를 거부함에 따라 망라적 명도소송의 사업기간 단축 효과가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임의로 이주하였을 점유자가 망라적 명도소송 때문에 명도거부자로 전환되었다는 점이 경험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그 현실성에 의문이 있다. 


설령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 되어 망라적 명도소송의 효과가 다소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결국 금융비용 감축액이 증가하는 소송비용액을 상회하는 한 조합으로서는 경제적 효과가 더 큰 망라적 명도소송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다. 


사실 경제적 측면에서의 현저한 장점에도 불구 망라적 소송에 대한 심각한 도전은 그 방안에 내재하는 단점이 아니라 법원과 행정청의 조합실무에 대한 인식부족과 민원에 대한 과도한 공포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살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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