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테넌트(tenant)란 건물의 ‘입주자’ 또는 ‘임차인’을 뜻하며, 키테넌트는 상가건물 전체 또는 복합개발 프로젝트 전체중 ‘핵심적인 지위의 입점자’를 뚯하는데 이러한 키테넌트는 원래 쇼핑몰(쇼핑센터) 개발이론의 하나인 자석이론(마그넷 원리)에서 유래했다.


1920~3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미국형 쇼핑몰은 1960년대를 거치면서 초대형 규모의 상업시설로서 미국 전역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주로 대도시 외곽에 개발되었다. 즉 대도시 번화가로부터 10~20km 떨어진 외곽지역 고속도로 변에 주로 개발되었기에 고객을 끌어모으기 어려웠고 그래서 쇼핑몰 개발업자들은 한가지 꾀를 내었다. 즉 소위자석의 원리를 이용하여 고객을 끌어모으기로 한 것이다.


강남 삼성동의 코엑스몰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코엑스몰은 지하 한층 규모가 무려 3만7,000평 내외인데 예컨대 롯데백화점 명동점의 모든 층을 합해도 1만3천평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당시 무역협회로부터 코엑스몰 개발계획 용역을 의뢰받은 필자의 입장에서 ‘3만7,000평의 지하상가를 도대체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은 실로 풀기 어려운 숙제이자 고민거리였으며 그래서 필자는 당시 쇼핑몰의 자석원리를 생각해 보았다.


코엑스몰 전체공간 중 테헤란로 변 끝쪽에는 이미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이 있어서 자석의 N극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에 그 반대편 끝쪽인 봉원사쪽에 S극 역할을 해줄 강력한 키테넌트가 필요했다. 그러나 구미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의 백화점들은 같이 모여 있기를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기존 현대백화점이 있는 곳에 신세계나 롯데는 절대 입점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백화점의 대타로 생각한 것이 바로 멀티시네마이다.


당시 관계자들과 영국·미국 업계를 출장다니면서 멀티시네마라는 것이 새롭게 개발되어 젊은이들의 명소가 되고 있는 상황을 보게 되면서 코엑스몰 봉원사쪽 끝에 대규모 멀티시네마를 유치하기로 했고 4,000석이 넘는 16개관의 메가박스가 탄생하였으며 자석의 S극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였고, 코엑스몰 전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국내에도 키테넌트라는 개념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대형 상가건물을 개발하는 시행자들이 멀티시네마 또는 대형마트를 키테넌트로 유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원래 키테넌트는 외떨어진 위치에 고객을 억지로 끌어모으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고안된 개념이고 그렇기 때문에 키테넌트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임대할 수밖에 없고, 그대신 “○○ 키테넌트가 들어오기로 하였다“라는 사실을 홍보하여 그옆의 중소점포들을 비싸게 분양·임대하여 전체 수지를 맞추고자 하는 상가MD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입지여건이 매우 좋은 번화가 위치의 크지도 않은 상가건물에 쓸데없이 키테넌트를 유치하고자 하는 시행자도 있으며, 건물 전체의 대부분 면적을 키테넌트로 채우려는 시행자도 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수지를 맞추겠는가? 좋은 입지의 상가건물에는 반드시 키테넌트를 유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가 건물 대부분의 면적을 키테넌트로 채우고 정작 비싸게 받아야 할 중소점포는 몇 개 되지도 않는 MD를 한다면 도대체 사업을 하자는 것인지 키테넌트 좋은 일만 시키겠다는 것인지 모를 노릇이다. 키테넌트는 물론 중요한 개념이지만 그 취지를 잘 알고 전체MD와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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