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 이어) 지난 기고에서는 정비구역내 소유권을 모두 확보하여야 온전한 사업시행이 가능하기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결국 조합으로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권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 재건축조합의 소유권 확보수단은 매도청구권이며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 지위를 취득한 후 지체없이 미동의자 등을 상대로 최고 등 매도청구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는 것, ‘지체없이’라는 불확정 개념은 “사업 진행정도에 비추어 적절한 시점”으로 해석된다는 것, 실무적 관점에서는 대체로 조합설립인가일 또는 조합설립등기일로부터 최소한 1년 내에는 최고가 이루어져야 바람직하다는 것, 많은 조합이 시공자 선정에 실패하거나 선정시기가 늦추어져 매도청구권 행사를 위한 최고기간을 놓쳐 매도청구권을 상실하지만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절차를 새로 밟아 새로운 매도청구권의 발생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매도청구권을 새롭게 발생시킬 정도로 조합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밝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크게 보았을 때 두 가지 절차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는 “새로운 조합설립동의”, 나머지 하나는 조합의 실체를 구성하는 행위, 즉 “창립총회”의 개최가 그것이다. 


창립총회를 한 번 더 반복한다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값비싼 댓가를 치루는 것이기는 하지만 매도청구권을 다시 취득한다는 목적을 고려하면 속된 말로 가성비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조합설립동의서다. 당장 예전의 조합설립동의서를 쓸 수 없고 무조건 새로이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여야 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상반된 결론을 추구하는 두 견해가 있을 수 있겠다. 먼저 종전의 조합설립동의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 본래 조합설립동의의 효력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철회되지 않는 이상 조합설립동의의 효력을 부인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매도청구권을 되살리기 위해 조합설립동의서를 새로 징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매도청구권 행사시기를 놓친 조합에게는 그야말로 축복과도 같은 이론이다.


정비사업 밥을 먹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손쉽게 조합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꿈처럼 달콤한 복음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접하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러기엔 직업적 양심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직업적 양심의 저항이라니 이 무슨 속편한 소리인가 의아할 수 있겠으나  개정된 도시정비법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17조의2는 조합설립동의서의 재사용에 관하여 규율한다. 


문제는 도시정비법이 조합설립무효를 다투는 소송 진행 중 하자를 보완하거나 소송에서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되어 다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조합설립동의서의 재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도청구권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에도 폭넓게 유추적용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법령의 표현방식이 매우 단호하다. 


동의서 재사용에 관한 법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의 판결 역시 새로운 조합설립동의를 전제로 매도청구권의 재발생을 인정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결론적으로 매도청구권을 되살리려는 조합은 도시정비법이 인정하는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조합설립동의서를 새롭게 징구하고 창립총회를 다시 개최하는 등 두 절차를 모두 밟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새로운 동의서 징구가 불가능하여 기존 동의서의 재사용이 불가피 하다면? 가까운 법률전문가와 상의해 돌아가는 길을 신중히 모색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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