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결국 조합으로 자신이 보유한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조합이 정비구역내 소유권을 모두 확보하여야 온전한 사업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조합이 정비구역 내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수용권이라면 재건축조합의 소유권 확보수단은 매도청구권이다. 매도청구권은 청구를 당하는 소유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조합이 일방적으로 매매관계를 성립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기에 사실상 재개발조합의 수용권과 실질에 있어 다를 바 없다.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이기에 대단히 효율적인 사업수단이지만 매도청구 상대방은 그만큼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변동이 큰 상황에서 조합이 매도청구권 행사의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한다면 조합은 부동산 가격의 하락시점을 기다려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고 소유자로서는 고스란히 그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이와 같은 폐단을 방지하고자 매도청구권 행사시기를 일정하게 제한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39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 이에 따르면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자 지위를 취득한 후 지체없이 미동의자 등을 상대로 최고 등 매도청구권 행사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때 법령이 사용하고 있는 ‘지체없이’라는 불확정 개념의 해석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시점을 ‘지체없이’로 볼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우리 대법원은 “재건축사업의 진행정도에 비추어 적절한 시점” 정도로 새기고 있다. 


하급심의 판결례를 살펴보면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매도청구권 행사를 위한 최고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사업진행정도에 비추어 지체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된 바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해당 사업지의 특수성을 고려한 극단적 사례일 뿐 섣불리 보편적 기준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 실무적 관점에서는 대체로 조합설립인가일 또는 조합설립등기일로부터 최소한 1년 내에는 최고가 이루어져야 바람직하다는 일응의 기준이 통용되고 있는 듯 하다.


누군가에겐 1년이라는 기간이 충분히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매도청권 행사의 효과는 매매계약의 성립이고 그 이행을 위해서는 막대한 부동산 매수자금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매도청구권 행사가 단순히 기간준수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재건축조합이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실제 시점은 최소한 시공자의 선정이 이루어진 이후라는 점을 고려해볼때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실제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조합이 시공자 선정에 실패하거나 선정시기가 늦추어져 매도청구권 행사를 위한 최고기간을 놓친다. 


물론 이 경우 시공자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을 참작하여 ‘지체없이’라는 요건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재판부가 해당 사업지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베푸는 선처에 가깝다. 


만약 조합이 ‘지체없이’라는 최고시기를 준수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어찌 되는 걸까. 법원은 조합이 사업시행자 지위를 가지게 되면서 법률상 당연히 취득하였던 매도청구권을 상실하는 것으로 이론구성한다. 


상실한 매도청구권을 다시 취득할 방안은 도무지 없는걸까. 다행히 우리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절차를 새로 밟아 취득한 조합설립변경인가’에 터잡아 새로운 매도청구권의 발생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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