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동일한 근거법령에 의해 규율되긴 하지만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의 확충이 주요 사업내용으로 포함되는 재개발 등 다른 유형의 정비사업에 비하여 사익적 성격이 또렷이 부각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설립인가를 위해 단지 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외에 “각 동별” 동의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토지등소유자의 처분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조합설립단계에서부터 재건축사업의 사익사업적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정비법이 재건축사업의 사익사업적 성격을 조합설립단계에서부터 고려하는 것은 사업의 본질상 당연한 귀결일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단지 전체로 보았을 때에는 조합설립에 충분한 동의율을 확보하였다고 해도 일부 동이 동별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됨에 따라 결국 전체 단지가 조합설립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왕왕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동의 동별 동의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논리적으로 보아 단지 전체의 조합설립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도시정비법은 동별 요건을 충족하는 나머지 토지등소유자의 처분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 요건 하에 그들만의 조합설립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동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동의 토지에 대하여 법원에 토지분할 청구를 함으로써 나머지 동만으로 조합설립인가가 가능하도록 한 도시정비법 제41조가 그것이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권을 보유하는 행정청은 토지분할청구가 도시정비법 제41조 제4항이 정하는 요건들(분할되어 나가는 토지와 관련된 소유자가 전체 소유자의 10분의 1 이하일 것 등)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분할청구에 대한 법원의 종국판단을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조합설립인가를 내어줄 수 있게 된다.


우리 대법원 역시 “입법취지나 법원에 토지분할을 청구한 상태에서 바로 조합설립인가가 가능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법 제41조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하는 경우에는 제3항에 의한 토지분할이 청구되고 분할되어 나갈 토지 및 건축물과 관련된 토지등소유자 수가 전체의 10분의 1이하일 것 등 제4항이 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되는 것”이라고 판시함으로써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비로소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를 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11두129000 판결).


만약 법원에 토지분할 청구의 소가 제기되고 분할청구의 내용이 일응 도시정비법 제41조 제4항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판단되어 행정청 조합설립인가를 내어주었는데 추후 분할청구의 소가 당사자적격 등 소송요건의 불비 등으로 각하되거나 기각된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조합설립인가가 위법하게 되는 것일까. 


이에 관하여 도시정비법 제41조에서 의미하는 “토지분할 청구”는 위법한 분할 청구까지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 아니며 응당 ‘적법한 청구’일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분할청구의 소에 대하여 법원이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조합설립인가가 소급적으로 위법하게 된다는 일부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에 쉽사리 찬성할 수는 없다. 법률에 등장하는 각종 개념들은 따로 명시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법 테두리 내의 의미로 한정하여야 하므로 도시정비법 제41조 소정의 ‘청구’ 역시 ‘적법한 청구’만을 뜻하는 것으로 새겨야 한다는 입장도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은 분명 법원에 분할청구된 것만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기고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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