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는 도시계획적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역세권 고밀개발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롯폰기힐즈, 미국의 비버리힐즈처럼 상업시설과 문화공간, 주거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다운타운(중심상업지역)과 베드타운(주거지역)을 분리하는 것은 도시기반시설을 낭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정돈 위원장 |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이정돈 위원장 |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착수함에 따라 조합설립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재건축의 바로미터, 노른자위 등 재건축을 대표하는 단지로 평가받았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정돈 위원장 체제로 추진위원회가 개편된 이후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주민제안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정비계획 수립 용역업체 선정에 나서면서, 조합설립을 위한 준비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정비계획은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해 강남권 상업·문화·주거 복합 미니신도시를 지향하면서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은마아파트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대표하는 단지로 평가를 받아 왔지만, 그동안 사업은 사실상 정체된 것과 다름없었다. 최근 새로운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공고했는데=기존 계획은 주변의 환경여건이나 단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계획이었다.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20m 도로로 인해 두 개 단지로 분할됨에 따라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공원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비율보다 넓은 면적으로 계획되어 있어 조합원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달 용역을 발주하게 됐다.

▲기존 정비계획과 비교해 새롭게 바뀌거나, 중점을 두는 사항이 있다면=서울의 중심 업무지구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지고 있다. 특히 우리 단지는 삼성동 무역센터와 아셈타워, SETEC, 한국전력공사 등을 잇는 테헤란로축 중심업무지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주거지역이 아닌 업무·상업·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미니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운타운과 베드타운을 구분하기보다는 직주근접형 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일본의 롯폰기힐즈, 미국의 비버리힐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국형 롯폰기힐즈를 건설할 수 있는 곳은 은마아파트가 유일하다고 본다.

▲단지 내부적인 사안은 어떻게 개발할 계획인가=단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폐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지 내 도로가 없다고 가정하면 최고 51층까지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단지 내 도로가 지나게 되면 사선제한으로 인해 층수가 대폭 삭감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약 5,0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손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로 인해 입주민간의 정서적인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공동이용시설이나 공원 등 입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배치에도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단지로서의 장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정비계획을 수립하는데 문제는 없나=용적률과 층수 상향을 위해서는 종상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의 역세권 고밀개발 계획이 적용된다면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하다. 우리 단지는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에서 250m 이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역세권 고밀개발을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역세권 고밀개발에 따라 정비계획이 수립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강남의 요지에 아파트 공급물량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와 구청에서 역세권 고밀개발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아파트 노후 상태는 심각해 보인다. 현재 주민들의 생활 여건은=1979년도에 준공됐으니 올해로 35년이나 된 아파트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아파트 내부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아파트 공용파이프 파열 사고가 한 달에 평균 8~9건이 발생할 정도다. 파이프를 용접하거나, 교체하는 비용만도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각 세대 내에서 파이프 파열로 인한 누수도 한 달에 30~40건에 달한다. 위층에서 누수가 발생하면 아랫집이 피해를 입는다. 이로 인해 주민간의 분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살해 위협까지 받을 정도다. 또 파이프가 노후화되면서 녹물이 나와 2~3분 이상 수돗물을 흘려보내야 사용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파트 수리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가=아파트를 수리해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지났다. 장마철 누전으로 감전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단지의 고저차가 100m 이상이어서 삽시간에 물이 고인다. 자동차가 떠다닐 정도다. 지하에 설치된 변전실은 침수로 고장 나는 상황이 반복된다. 변전실이 침수되면 전기는 물론 펌프도 작동하지 않아 물도 사용할 수 없다. 강남 한복판에서 전기와 물이 없는 생활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게 되고, 소방차가 식수를 공급해줘야 겨우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화장실 변기도 사용할 수 없어 위생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장마철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남산 근처의 컨테이너로 피신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아파트 외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일부 허물어지기도 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세월호 참사 이상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 사항은=분담금은 줄이고, 사업은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는 것이다. 재건축이라는 말이 나온 지 1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진행된 상황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노후화로 인해 생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 상태에 이르렀다. 속된 표현으로 재건축을 방해하면 ‘물어뜯을 기세’다. 만나는 주민마다 재건축 언제 되느냐는 말이 인사다. 주민들의 바람인 재건축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진위원장으로서 좌시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향후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현재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업체의 최종 후보를 결정한 상태다. 두 개 업체 모두 정비계획을 수립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업체를 선정하는데 매진할 것이다. 주민이 신속한 재건축을 원하고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 행정청의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확답을 주기는 어렵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최대한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면 올해 안으로도 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토지등소유자들도 재건축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은마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주민들의 불편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재건축을 할 수는 없다. 조금만 더 참아 달라는 말씀 밖에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 추진위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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