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을 위한 협의 절차가 토지수용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한다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참으로 획기적이었다. 정비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준 판결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대척점에 서서 청산자의 권익을 대변해온 변호사들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해당 대법원 판결로 말미암아 도시정비법이 정한 청산기간을 도과한지 오래인 조합은 엄청난 지연손해금을 청산금에 가산하여 지급하게 됨에 따라 사업성에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한 룰을 적용해 승패를 가리는 소송이라는 치열한 싸움터에서 각고의 노력과 연구 끝에 정당하게 승리를 쟁취한 현금청산자 측 변호사들이 부당하게 폄훼되어서는 곤란하다. 무릇 획기적인 판결은 지난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일정부분 고통과 혼란을 야기하지만 그렇다고 발전과 변화를 늘 거부하고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비사업 자체도 따지고 보면 낡은 것을 갈아엎고 그 위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세우는 지난한 작업 아니던가.


그러나 최근 청산자들을 대리하는 일부 변호사들의 움직임은 조금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산자들을 대리하여 그들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직업활동의 일환이며 나아가 아름다운 프로페셔널의 면모로 이해될 수 있다. 문제는 청산자들의 사건을 보다 빨리, 보다 많이 확보하려는 업체간 수임경쟁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부 변호사들의 무리한 행보다. 


조합의 분양신청 절차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나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적 절차이며 조합원 개인의 차원에서 본다면 사업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현금으로 청산을 받고 사업에서 탈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한편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조합원으로서는 신축될 건물 중 어느 평형대 어떤 구조의 주택을 고를 것인지를 선택하는 매우 즐거운 고민의 단계이기도 하다. 


때문에 분양신청기간동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지 아니면 청산을 받고 떠나는 것이 유리할 지를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에게 가급적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산자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려는 일부 변호사들이나 관련자들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심지어 허위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분양신청보다 청산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청산자들의 수를 늘려나가는 활동을 광범위하게 펼치고 있다. 


단언컨대 변호사들은 절대 사업성 분석의 전문가가 아니다. 현금청산 사건을 조직적으로 수임하고 있는 법무법인의 인력들은 현금청산 절차, 특히 수용재결 실무에 국한한 부분적 전문가일뿐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분석하고 청산과 분양신청의 갈림길에선 조합원들에게 유용한 조언을 하기에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함양한 분들이 아니다. 만약 이분들이 사업참여보다 청산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거나 청산의 유리한 점과 사업참여의 리스크만을 의도적으로 부풀린다면 그것은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보제공 차원의 조언이라기보다 현금청산자를 한 명이라도 늘려 업체의 매출을 극대화 하려는 이윤추구 활동의 발로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들 역시 다른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는 경제활동의 한 주체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는 보통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것 이상의 도덕성을 법조인에게 요구하고 있다. 분양신청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청산자가 될 것을 부추겨 사건 수임의 양을 늘리려는 활동이 지양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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