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무려 20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강남구 일원동현대아파트가 ‘래미안 루체하임’으로 탈바꿈한다. 일원현대아파트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재건축사업이 진행됐지만, 실질적인 사업추진 기간은 최근 3년에 불과하다. 그동안 일원대우아파트와의 통합 재건축과 단지 내 상가 협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원현대의 총체적 난국은 지난 2014년에서야 물꼬가 트였다. 일원대우와의 통합이 아닌 단독으로 재건축을 시행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이 수립되고, 상가협의도 조합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결됐다. 그리고 불과 2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이주·철거를 마치고 착공이 한창이다.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낸 기간은 이재호號가 출범한 후부터다. 주변 사람들도 이 조합장 덕분이라고 평가하지만, 정작 본인은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이라고 겸손해한다. 물론 인사치레일수도 있다. 하지만 조합원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면서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에서 그의 성품이 묻어난다. 이 조합장을 만나 일원현대아파트가 래미안 루체하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원현대는 지난 199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장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당초 행정청에서는 우리 단지와 인근 대우아파트를 통합해 재건축을 하도록 권고했다. 입지적으로 인접해 있기도 했지만, 일원대우아파트의 경우 세대수가 110가구 정도에 불과해 단독으로 재건축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단지별 주민들의 생각이 달랐고, 사업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결국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다보니 정비구역 지정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단지 내 상가가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재건축사업에 걸림돌이었다. 600평에 달하는 상가의 소유주가 단 한명이었기 때문에 재건축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소유권을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10여년간 정체된 재건축이 이 조합장 당선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아 이주·철거까지 마쳤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한 것은 주변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합원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일원대우와의 분리도, 상가 협의도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부녀회의 헌신적인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안강숙 회장과 황은신 부회장, 강정량 총무를 비롯해 전임부녀회 임원들이 조합원들과 지속적으로 교분을 쌓으면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덕분에 우리 조합은 O/S요원 없이도 단기간에 이주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로인해 비용이 절감된 것은 물론 타 단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언비어나 악의적인 사업 방해도 없었다.


▲일원대우와의 공동재건축 문제는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난제였다.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모든 재건축 단지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우리 단지가 최고다’라는 것이다. 자신의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해서는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 결국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도 97~98%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자는데 동의했다. 그럼에도 행정청은 여전히 공동재건축을 권고했다. 결국 행정청을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 공동시행으로 재건축추진이 불가능하니 시가 일원현대와 대우아파트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던지, 그것이 어렵다면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행정청도 분리를 허용했고, 독자적인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장기간 지연된 재건축을 도맡아 추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조합장으로 나선 이유가 있나=전임 조합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후임 조합장으로 추천을 해주셨지만, 사실 괜한 덤터기를 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숙원사업인 재건축을 모른 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왕 해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대신 조합장 당선 이후 2달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두 달간 조합 사무실에 있는 모든 서류를 뒤지고 사업을 파악했다. 인근 단지와 상가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자료도 찾아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다른 사람이나 업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했다. 또 조합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봤다.


▲조합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결론 내렸나=조합장은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장은 조합원 대다수의 의견과 방향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자리이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조합장이 있는 구역은 결코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다. 또 ‘앉아서 보고 받는 조합장’을 지양하고, 발로 뛰는 조합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통합재건축 문제와 상가 협의 문제도 발로 뛰어 다녔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합장으로 선출된 후 골프도 끊었다. 건설회사를 다니면서 거의 매주 골프를 치러 다녔지만, 조합장으로서 괜한 오해나 의심을 받고 싶지 않았다. 계속 골프를 쳤다면 운동이 됐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연습하는 시간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신뢰도 얻지 못 했을 것이다.


▲장기간 정체됐던 사업을 단기간에 추진한 ‘성공한 조합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조합에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아직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이란 말을 담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다만 다른 구역보다 사업을 먼저 추진한 조합장으로서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 조합은 두 가지 원칙을 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협력업체가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비사업은 기성에 따라 용역비용을 지급받게 된다. 일한 만큼 용역비용을 받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 원칙은 법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정보공개 등 의무사항을 무시한다면 오히려 사업이 더뎌질 수 있다.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절차를 지키는 것이 소송 등을 방지해 결국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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