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아직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자의로 사임하거나 타의로 해임되는 경우 후임 조합장의 선출이 필요해진다. 임기가 만료된 경우는 연임안건을 상정할 수 있고 연임안건이 가결되면 임기가 갱신될 뿐 대외적으로 조합을 대표하는 자격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 


만약 연임안건이 부결되거나 사임·해임 등의 사정으로 조합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여 새로운 인물이 당선되었다면 그 당선인은 언제부터 조합장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일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장을 선출하고 조합임원의 권리·의무, 선임·변경 등에 관한 사항을 조합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 조합장의 임기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다. 


조합장 임기의 기산점에 관한 내용은 표준정관에 반영되어 있다. 표준정관에 따르면 임원의 임기는 ‘선임된 날’로부터 시작된다(표준정관 제15조제3항). 이 지점에서 약간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합장의 선임은 최초 조합설립인가에 포함되는 사항이고(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7조), 조합장이 변경되면 변경인가가 필요하다. 조합장의 변경이 인가사항이라면 행정청으로부터 변경인가를 득했을 때 비로소 조합장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합이 누구를 조합장으로 선택할 것인가는 행정청의 인가와 상관없는 순수한 민사적 문제이다(대법원 2009마168, 169 결정). 따라서 조합장의 임기가 행정청의 변경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된 날부터 즉시 시작된다는 표준정관의 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면 조합장의 변경에 따른 행정청의 변경인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다시 표준정관을 들춰보자. 전 조합장이 사임하거나 해임되는 경우 당연히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게 되고 새로운 조합장의 자격은 ‘조합설립변경인가 및 변경등기를 하여야 대외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표준정관 제18조제2항).


‘대외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조합의 법률관계에는 민법의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도시정비법 제27조). 민법에 따르면 대표자의 성명·주소는 등기사항이고(민법 제49조제2항), 등기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민법 제54조제1항).


이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은 조합원을 제외한 조합의 외부인들(가령 협력업체나 관할 행정청)은 법인등기에 기재되어 있는 인물만을 조합장으로 인정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외부인들 스스로 당선자를 조합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 


결국 조합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당선인이 조합장임에도 대외적 관계에서는 아직 법인 등기에 올라있는 인물이 조합장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조합장의 기능적 역할과 연결지어 보면 당선인이 조합장의 대내적인 업무집행권(가령 이사회, 대의원회, 총회 등의 소집)은 가지되 대외적 대표권(계약체결시 대표자 명의)은 여전히 등기상 조합장이 행사하는 모양새다. 


요컨대 당선인이 조합장의 지위를 취득하게 되는 선출일로부터 완전한 대표권을 획득하게 되는 변경인가 및 등기가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해당 기간 동안 당선인은 실질적인 조합장임에도 불완전한 대표권을 가지게 되는 불균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속한 변경인가와 등기 외에 뾰족한 답이 없다는 점이 조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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