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임원은 조합장, 이사, 감사로 구성된다. 특히 조합장은 법인인 정비사업조합을 대표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에 그 권한이 막강하다. 그러하기에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을 어떤 절차와 방법을 거쳐 선임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장으로 선임될 수 없는 자격상의 흠결사항을 몇 가지 나열하거나 조합장의 선임을 총회의결로 결정하고 그 선임방법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자세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 조합장을 선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과 절차는 정관에 맡겨진 것이다.


표준정관이 정하고 있는 조합장 선임방법을 살펴보자.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원(조합설립인가일 현재 사업시행구역안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자에 한한다)중에서 선임한다”는 내용 외 별다른 내용이 없다.  


이렇듯 단출하기 만한 표준정관상 조합장 선임방법은 유감스럽게도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춘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일반적 총회 안건의 의결정족수가 조합원 과반수 참석과 참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인 반면 조합임원의 선출안건은 참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데 이는 선출안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거주요건도 ‘조합설립인가일’이 아니라 ‘선출일’기준이 옳다).


조합장 후보가 다수일 때 한 후보자가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혹은 과반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어 조합장 선출안건의 부결을 빈번하게 야기할 우려가 크다. 민주적 선거제도의 보편적 원리인 ‘다수결 원리’를 표준정관에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행히 표준정관은 법규적 효력이 없는 참고기준에 불과하다. 정관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정비사업조합들은  표준정관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조합임원 선출 안건 만큼은 다수결에 의한다는 보편적 선거원칙을 스스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후보자가 다수인 때에는 조합원 과반수의 참석과 참석 조합원의 다수결, 단독 후보일 때에는 조합원 과반수 참석과 참석 조합원의 일정 비율 찬성으로 선임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관상 조합장 선임방법이 간단하다 보니 실무적으로는 ‘선거관리규정’을  별도로 제정·운용하는 조합이 많다. 조합장 선임결의 효력을 다투는 사유의 대부분도 바로 이 선거관리규정 위반이다. 조합장 선임과정에서 선거관리규정 위반 사항이 발생하였기에 당연히 조합장 선임결의가 무효라는 논리다.


규정위반 행위가 발생하였다면 선거결과도 무효료 선언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상식적 차원의 문제제기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선거의 무효에 관하여 두 가지 확립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법령이나 규약을 위반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러한 법령위반으로 인하여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3다11837 판결 등).


선거관리위원이 될 자격이 없는 자가 선거관리위원으로 선거관리에 관여하였다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 관련 규정에 위반하여 이루어졌다면? 시각에 따라 선거절차의 심각한 하자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사유만으로는 조합장 선임결의 효력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로 인해 어떻게 선거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지를 입증할 방법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장 선임결의 효력이 부인되는 것은 선출에 필요한 정족수에 미달하는 사정이 밝혀지거나 부당하게 피선출권을 부여 혹은 제한함으로써 특정인의 선출이 이루어졌을 때 등 매우 제한적 경우에 그친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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