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총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차례로 열어 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심의하여 확정하여야 하고 그렇게 확정된 안건은 제안이유 및  관련자료 등과 한데 묶여 책자의 형태로 총회개최 14일 전에 조합원 개개인들에 빠짐없이 배포된다. 


어떤 안건이 어떤 이유로 상정되는지 통지받은 조합원들은 안건에 관한 의사를 형성한 후 각자에게 주어진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의결권 행사의 원칙적 모습은 미리 정하여진 일시 장소에 직접 참석하여 총회현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조합원들은 번거롭기 짝이 없는 직접 참석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 총회의 개의요건인 의사정족수 충족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직접 참석이 주는 불편함을 덜고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총회 무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서면결의 제도다. 그러나 서면결의서 역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에 제출하기가 쉽지 않다. 조합이 고용한 인력 혹은 조합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의 인력이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조합원들로부터 서면결의서를 징구하여 조합에 전달하여야 한다. 서면결의서 징구에 동원되는 인력에 지급하여야 할 인건비가 상당한 액수에 이른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상식과도 같은 사실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하고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 바로 총회개최 업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총회개최 직전에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총회의 개최가 저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총회 개최과정에서의 위법사항을 고려할 때 총회의 개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처분을 신청한 사람의 권리 침해를 막기에 불가피한 수단으로 판단될 때 총회준비에 들여온 그간의 노고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내리게 되는 법원의 극약처방인 셈이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피보전권리의 존재’이다. 가처분 결정을 통해 보장받을만한 권리가 가처분 신청자에게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 선정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총회의 절차상·실체상 하자를 들어 협력업체로 선정되고자 하는 업체 중 하나가 법원에 대해 총회 개최금지가처분을 신청하더라도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총회개최를 금지하여 가면서까지 보호하여야할 만한 권리가 해당업체에는 없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자에게 가처분절차를 통해 보호하여야 할 권리가 있는 것만으로 가처분결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가처분 절차를 통하여 사전에 그 권리의 침해를 막아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이때 긴급한 필요성이란 가처분결정을 통하여 미리 특정 행위를 금지하지 않으면 피보전권리의 행사가 아예 불가능하여 지거나 피보전권리를 보유한 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가져올 급박한 염려 등이 있을 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처분 결정의 두 번째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다. 


조합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인 총회의 개최 자체를 봉쇄하여 달라는 일부 조합원의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은 조합이 총회를 개최할 때마다 빈번히 맞닥뜨리는 상황이기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으로 총회 개최를 위한 그간의 숱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에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순진한 답처럼 들리겠지만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이라는 난관을 무사히 헤쳐 나갈 최고의 방책은 총회개최에 관한 도시정비법령 및 정관상 절차의 철두철미한 준수다. 도시정비법령이나 정관상 총회개최에 관한 절차준수 의식이 희박하였을 때에는 업무집행의 현실적 어려움 또는 불가피성이라는 사족을 달아 조합 편의대로 절차를 적절히 변용하여 적용하거나 심지어 아예 절차를 무시하거나 생략하는 경우도 잦았다.

☞다음 기고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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