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시행자의 원칙적 모습은 법인격을 가진 조합이다. 조합은 조합원으로 구성되기에 필연적으로 회의체 형태의 의결기관을 가진다. 총회나 대의원회가 이에 해당한다. 


다수의 구성원이 모여 회의체로서 단체적 의사를 결정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다. 전자는 형식적으로 회의자체의 성립과 진행을 위해, 후자는 내용적으로 단체의 의사를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머릿수를 뜻한다. 법령이 특별히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총회의 통상적 의사정족수는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의결정족수는 참석한 조합원의 과반수다.


오늘은 바로 이 ‘과반수’의 확정방법을 이야기하려한다. ‘과반수’가 ‘반이 넘는 수’를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에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과반수를 확정하는 일이 녹록치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총원이 10명인 상황에서 과반수에 해당하는 머릿수를 확정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10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는 5이고 과반수는 그에 1을 더한 6이라는 것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총원이 '짝수‘일 경우 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가 정수로 떨어지기에 그에 1을 더한 수가 과반수가 된다는 점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총원이 ‘홀수’일 때는 어떨까. 총원을 11명으로 가정해보자. 11을 절반으로 나눈 수는 5.5이기에 이보다 큰 6명을 과반수로 보는게 일반적 셈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일견 황당해 보이지만 정작 논리적으로는 반박이 쉽지 않은 반론이 존재한다.  


반론은 정족수를 따질 때 거론되는 숫자는 곧 사람의 머릿수를 의미하기에 소수점 이하의 개념은 등장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력한 논거로 삼는다. 총원이 11명일 경우 절반에 해당하는 수는 수리적으로 5.5이지만 머릿수가 0.5일 수는 없기에 절반에 해당하는 머릿수는 결국 6이고, 여기에 1을 더한 7이 과반수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1명 차이로 정족수 충족 여부가 다투어진 적이 있다. 개헌에 필요한 정족수인 재적의원수 203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머릿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희대의 다툼, ‘사사오입 개헌’ 얘기다. 가결을 주장한 자유당은 203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는 수리적으로 135.3명이지만 0.3명의 자연인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기에 사사오입의 수학적 논리를 동원한 135명이 바로 개헌에 필요한 머릿수라 주장하였다, 반면 부결을 주장한 야당은 136명이 되어야 비로소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머릿수가 채워진다고 주장하였다. 반론을 제기하는 측은 바로 이 사사오입 개헌을 둘러싸고 노정되었던 논리적 설명구조를 차용한 듯하다.


그러나 과반수에 해당하는 수는 사람을 의미하기에 반드시 정수로 확정되어야 하지만 확정과정에서 동원되는 절반의 개념은 단순히 수리적 기준에 해당하는 것이지 머릿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11명의 과반수를 가르기 위한 기준선(즉 절반의 개념)은 5.5이고 이를 초과하는 정수 6을 과반수에 해당하는 머릿수로 보면 충분하다.


사사오입 개헌 역시 답은 간단하다. 203명의 3분의 2가 되는 135.3은 수리적 기준선이고 자연수인 136을 3분의 2 이상이 되는 머릿수로 파악하면 된다. 수리적 기준선에 사사오입 논리를 적용하여 소수점 이하를 버리게 되면 헌법이 정한 기준선(이 경우는 135.3)이 바뀌고 결국 헌법이 그어놓은 기준선에 미달하는 머릿수만으로 헌법 개정안이 가결되어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법령상·정관상 정족수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각종 숫자는 하나의 수리적 기준선으로 파악하면 족하고 그 기준선에 이상과 이하, 초과와 미만의 개념을 보탠 자연수를 최종적인 머릿수로 확정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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