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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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일상화되고 있다. 클릭이나 터치 몇 번으로 문자나 사진, 동영상을 통한 정보 공유가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소통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익명성이나 소통의 편리함으로 명예훼손 등의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법무법인 도시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송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 약 4,500여건에 불과했던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송은 지난 2020년에는 무려 2만3,000여건으로 10년 사이 5배 이상이 늘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밴드나 단체톡, 문자메시지, 카페 등이 활성화되면서 비방 목적의 유언비어나 허위사실 등 거짓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이른바 ‘찌라시’로 불리는 전단지나 벽보가 정보 전달의 주요 매체였던 과거와는 파급력이 달라진 것이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조합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주택경제신문이 창간 9주년을 맞아 법무법인 도시와 공동으로 정비사업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주요 판결 사례와 대처 방안 등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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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 문자메시지에 벌금형

▲“조합공금 유흥비로 탕진” 문자메시지 보내 벌금 400만원 선고=첫 번째 명예훼손 사례는 문자메시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벌금을 받은 사건이다. 지난 2017년 경기도의 한 재개발 조합원인 A씨는 다른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메시지 내용은 조합장이 회계비리를 저지른 것은 물론 2,000여만원의 공금을 유용해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것이다. 물론 조합장은 해당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도 A씨는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조합장이 도시계획 심의업체를 불법으로 선정하고 있다거나, 건축업자에게 수십억원 상당의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이다. 또 전자투표 시행비용과 도시설계업체 용역비용을 부풀렸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A씨의 허위사실 또는 거짓 메시지는 최소 6회 이상 발송됐다.

A씨의 범죄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워 손님 12명이 피신을 하는 등의 식당영업도 방해했다. 또 경찰서에 인치된 후 귀가조치를 받고도 ‘석방 확인서’를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상의를 탈의한 채 드러눕는 등의 주취소란까지 피웠다. 결국 법원은 B씨를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형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400만원의 벌금형에 처했다.

 

인터넷카페 댓글도 명예훼손

▲조합원 가입한 인터넷 카페 영향력 커… 댓글에 벌금 800만원 선고=인터넷 카페에 조합 임원을 비방할 목적의 허위사실 댓글을 올려서 처벌 받은 사례도 있다. B씨는 서울의 한 재개발사업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조합원이었고, 피해자인 C씨는 조합의 상근이사였다.

B씨는 지난 2019년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댓글을 남겼다. 댓글은 C씨가 과거 조합원의 명의를 도용해 조합설립변경인가 소송 원고 대표로 있었으며, 204명의 조합원 명의를 도용해 조합장을 퇴출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C씨가 조합임원이 되는데 공을 세운 업체는 용역비용을 대폭 올려주고,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허위사실도 포함됐다.

약 3개월 후에는 C씨가 조합원 204명 연명서를 탄원소로 위조해 제출했고, 최소 55명 이상의 사실확인서를 받았다는 내용의 게시물도 작성했다. 하지만 C씨는 과거 B씨가 주장하는 해당 내용에 대해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서부지법은 B씨에게 무려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인터넷 카페에는 조합 운영에 민감한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들어와 있는 만큼 B씨가 작성한 댓글의 영향력이 크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 B씨에게 동종전과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판결이었다.

 

‘아날로그’ 우편물도 여전

▲“비리 저질렀다”허위사실 우편물 발송·유인물 배포도 강력하게 처벌=온라인을 통한 명예훼손 사례가 증가했지만, 우편물이나 유인물 등 아날로그 방식의 유언비어 유포도 여전하다.

인천의 D씨는 지난 2017년 7월 피해자의 얼굴 사진과 개 형체의 사진 등과 합성한 우편물을 만들어 토지등소유자 2,000명가량에게 보냈다. 해당 우편물에는 “인근 아파트 재건축을 비리의 온상으로 만든 다른 사람들에게 개줄에 묶여서 끌려가며, 동일한 방법으로 한 몫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물론 피해자는 다른 사람과 결탁해 재건축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없었다. 이어 D씨는 약 한 달이 지난 후 또 다시 피해자의 얼굴사진을 개 형체의 사진 등에 합성한 사진에 “철거업자와 담합해 조합원들의 재산을 가지고 사기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편지를 다시 발송했다. 해당 편지는 2,309명에 달하는 조합원에게 도달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은 피고인인 D씨에게 벌금 900만원을 선고했다. 범행의 경위와 방법, 우편물의 내용과 수량 등을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 D씨는 음주운전으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집행유예 2년(징역 6월)을 선고 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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