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수 추첨제와 분양가격 확정, 특별품목, 이주비 무이자 대여… 그동안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안해왔던 내용들이다.

조건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SPC 법인 설립을 통한 추가 이주비 제공,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대납, 임대주택 제로 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곳에서는 파격적인 조건들로 해당 조합원은 물론 업계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심지어 인테리어 비용으로 조합원당 7,000만원을 제시한 사례도 있다. 건설사들이 시공 이외의 조건들로 조합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점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과당 경쟁으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만들어진 계기이기도 하다.

이후 시공 이외의 것들은 제안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건설사들은 조합원을 설득하고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달콤한 조건들을 제시한다. 단, 경쟁이 펼쳐지는 곳에 한해서 말이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책임분양으로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다=시공자 선정시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달콤한 사업조건들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마련이다. 그만큼 수주 의지가 높아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콤한 유혹이 담긴 대표적인 키워드는 ‘책임분양’이다. 일반분양 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시공자가 이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공포를 잠식시키고자 내놓는 조건으로, 주로 강남권 등 출혈경쟁이 펼쳐지는 곳에서 제안한다.

정비사업은 일반분양분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절감하는 구조다. 만약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조합도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건설사가 떠안고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특화설계·대안설계로 표심 자극=다음으로 조합원 마음을 훔칠만한 카드는 바로 ‘특화설계 및 대안설계’다. 트렌드를 살펴보면 굳이 외부로 통하지 않아도 단지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수영장과 헬스장, 독서실, 카페, 게스트룸, 최상층에는 스카이라운지까지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 심지어 아워홈 등 레스토랑을 운영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설치한다.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 아이템들로 소중한 한 표를 얻기에 충분한 소재들이다.

스카이브릿지 등 고급스러우면서도 웅장한 외관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공중다리 또는 하늘다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공중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해주는 통로로 보면 된다. 미래지향적인 독특한 외관 디자인으로 조합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힌다. 조합원 입장에서 건설사가 선보인 조건대로 지어진다면 좋겠지만, 안전성을 이유로 지자체 건축심의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이엔드 브랜드, 고급 브랜드 거주 욕망 저격=‘하이엔드 브랜드’ 역시 건설사들이 시공권 확보 경쟁시 제안하는 조건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최상위 브랜드로 아파트 고급화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건설사들이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조합원 마음을 저격하고자 내놓은 방안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디 에이치’, 포스코건설은 ‘오티에르’, DL이앤씨는 ‘아크로’, 롯데건설이 ‘르엘’, SK에코플랜트가 ‘드파인’을 하이엔드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모든 현장에 적용할 수는 없다. 건설사들도 고급 브랜드를 적용할만한 내부적인 기준을 정해 선별적인 제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강남권이나 한강변 조망, 역세권, 직주근접 등의 부문에서 우수한 입지를 갖춘 곳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한다. 즉, 수주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를 갖춘 곳에 한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히든카드’인 셈이다. 물론 지방에서도 대도심권 대규모 사업장 등에 한해 제안하는 사례는 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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