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론’ 리모델링, 추가 대책 필요한가


박 국장=지난 2~3년 내에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특별법에는 사실상 리모델링 관련 당근책이 거의 담겨있지 않다. 노후계획도시정비에서의 리모델링 관련 대책 부재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강 대표=우선 리모델링 정책 관계자들이 일부에서 나오는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지 않나 싶다. 1970~80년대 선진국에서 기술을 배워오던 시기는 예전의 일일뿐이다. 지금은 설계와 시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임에도 유독 리모델링 규제에 대한 눈높이는 과거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리모델링과 관련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자면 주택법과 건축법에서 리모델링 시 완화되는 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 조례나 지구단위계획구역에 관계없이 주택법과 건축법 등에 따른 완화 조항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또 재건축이 통합심의 등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면 리모델링도 안전성 검토 절차 단순화 등의 현실성 있는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 국장=작년까지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대상지의 상당수가 1기 신도시 아파트라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핵심은 용적률에 따른 사업성 논쟁이다. 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정책적 논란이 바로 수직증축인 이유도 사업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을 발표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또 다른 논쟁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리모델링에 대한 적절한 혜택을 부여한다던지, 혹은 대규모 노후계획도시를 통합 정비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배제할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협회 입장에서는 조속한 입장 정리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과 분쟁을 막아주길 기대한다.

이 상무=리모델링은 리모델링만이 추구하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검토한 단지는 현재 250%가 넘는 용적률로는 재건축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서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 방안이 포함된 것은 사실상 재건축을 통한 정비를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300%에 가까운 용적률을 가진 아파트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리모델링은 공동주택의 기능개선을 위해 재건축이 불가한 단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강변에 위치한 단지에서 주민들이 현재의 동·호수를 유지한다거나, 한시적으로 허용한 용적률 300% 이상의 단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김 변호사=리모델링은 기존 중층 이상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상향할 수 있는 용적률이 적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재건축에 대한 용적률 상향이 이뤄진다면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신축세대수 증가가 적어 주택공급 기여라는 공익적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노후화된 기본 골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재건축한 건축물에 비해 내구연한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미 리모델링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도 전환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재건축으로의 전환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부연구위원=개인적으로 노후계획도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익적인 시각에서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비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기존 건축물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공간의 재구조화’ 측면에서 재건축이 합리적이다. 도시경관 측면에서도 기존 판상형 아파트를 유지하는 리모델링은 필요에 따라 높낮이와 형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재건축보다 불리하다. 더불어 동일 비율의 용적률을 상향하더라도 리모델링은 공공기여 의무가 적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용적률이 많게는 40% 가량 상승하는데 반해 서울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공공기여 의무가 매우 적다. 이럴 경우 도시 전체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반시설이 확충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 증가로 인한 도시 과밀화를 우려해야 한다. 소유자 입장에서도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공사비가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업 완료 후 주택의 품질과 상품성에서도 열위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 판단된다.

김 평가사=대지면적이 100만㎡가 넘는 대규모 택지지구를 일률적으로 재건축, 도시개발방식으로 정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수의 단지를 한꺼번에 정비하는 만큼 일부에서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 리모델링에서 현행 15% 이상의 세대수 증가를 허용한다면 수직증축 적용에 대한 기준이 조금 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재건축 연한이 충족된 단지만을 대상으로 용적률 상향 등의 특혜가 제공된다면 연한을 충족하지 못한 단지들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노후도시정비 정책·제도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해당 단지는 또 다른 혜택을 요구하는 민원의 대상자가 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이 공익적이나 사업적인 면에서 리모델링보다 유리하지만, 불가피하게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나의 도시가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노후계획도시정비 성공을 위한 제언


박 국장=마지막으로 노후계획도시정비가 성공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나 제안하실 의견이 있으시다면

이 상무=노후계획도시정비는 주민간의 협의가 생명인 정책이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기본이 될 노후계획도시정비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령과 기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주민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면 노후계획도시정비사업은 성공적인 정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노후 계획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은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되리라 생각한다. 1기 신도시를 조성할 당시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사실상 소수 이해관계자의 권리는 무시하며 전투적인 속도로 사업을 추진했다. 분당신도시 개발이 발표된 후 불과 2년6개월 만에 최초 입주가 가능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도시를 조성할 당시와 비교하면 여러 측면에서 사업 난이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일수록 원칙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이해관계자들 간의 충분한 소통을 위한 노력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정해 나가려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아무쪼록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대한민국의 도시재생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 평가사=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마련되면 전국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재정비가 진행될 것이다. 현재 정부의 발표대로 노후계획도시정비가 가능한 곳만도 무려 50곳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등을 통해 최적의 정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노후계획도시정비의 성패는 지자체의 정비계획이 좌우할 것이라 생각한다. 초기단계에서 정비계획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실현 가능한지가 매우 중요하다.

김 변호사=노후계획도시정비가 성공하려면 사업주체에게 적정한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공공성 확보를 명분으로 공공기여·개발이익 환수를 더 많이 요구한다면 노후계획도시정비는 잘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일반 재건축을 진행해서 500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단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특별법을 적용해 더 많은 주택을 건설했음에도 공공기여와 개발이익 환수로 일반 재건축과 동일한 수익을 얻는다면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 재건축보다 높은 개발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공공기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 대표=노후계획도시정비는 결국 소유자가 판단할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순히 용적률만 높인다거나, 용도지역을 상향한다고 해서 소유자가 수용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판이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사실상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자체의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에 포함돼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노후계획도시정비가 완료된 이후 어떤 도시가 되길 원하는지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처럼 오른 기대감이 거품으로 바뀌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엄 국장=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 후 20년이 경과된 현재까지 새로운 제도나 정책의 시행 목적은 좋았다. 하지만 주택시장 상황과 토지등소유자의 요구가 상충하면서 많은 혼란을 겪었고, 법령 제정 취지와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도 했다. 도시재정비법 역시 도시재정비를 촉진한다는 취지는 희석되고, 규제 위주의 법령으로 점차 변화했다. 또 재정비촉진사업은 광역 단위 계획이라는 목적을 벗어나 개별조합의 편익에 맞춰지면서 당초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따라서 노후도시계획정비는 앞선 법령과 제도를 반면교사로 삼아 빠른 시행보다 제대로 된 제도의 시작과 정착에 무게중심을 둬야할 것이다.

강 대표=먼저 이번 발표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공약이 난무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1980~90년대에 만들어진 계획도시는 현재 노후화가 지속되어 노후화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그 당시는 인구 증가로 주거시설에 확충이 필요한 시기였다면, 현재는 인구감소 및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주거환경에 대한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 이렇게 변화되어가는 시대에 맞춰 주거환경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종 법령과 규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며, 시대에 어울리는 기반 시설 등의 확충으로 계획 신도시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정리 |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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