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남동에 한번이라도 와봤다면, 이런 행정을 펼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무너지고, 타버려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이 100동이 넘습니다. 불이나면 주민들은 화마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한국의 비버리 힐스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들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삭발식으로 짧은 머리칼을 한 이수우 조합장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서울시의 일방적인 불통행정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남3구역은 한남재정비촉진지구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사업 속도도 빨라 ‘큰 형님’격인 현장이다. 면적이 넓은 만큼 조합원들도 많지만, 단기간 내에 조합을 설립했다.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바람이 컸던 탓이다. 하지만 건축심의 단계에서 1년 넘게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이 조합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장 행정 규탄대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서울시의 일방적인 늑장 행정을 참을 수 없어 주민들이 나선 것이다. 우리 구역은 지난 2012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4년 한남3구역 촉진계획 변경고시를 받았다. 이후 9월 건축심의를 신청해 용산구청이 심의를 완료해 서울시의 심의만 남겨놓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시 건축위원회 건축심의가 7차례나 보류됐다. 심지어 건축심의가 보류되는 명백한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어 규탄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사실 많은 조합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남3구역의 경우 7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석했는데=재정비촉진사업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다. 한남뉴타운이 지정된 지난 2003년부터 재개발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무려 12년을 기다린 것이다. 주중이었지만,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일부 조합원은 월차, 연차를 사용하면서까지 참여했다. 그만큼 구역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활의 불편함은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배수처리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분뇨차가 분뇨를 퍼가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집들도 많다. 또 무너진 집들은 아이들의 탈선 현장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단순히 생활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건축심의가 보류된다는 점이다. 왜 그런 것인지=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일방적으로 건축심의 의결이 보류됐다고 통보할 뿐 사유가 불분명하다. 시에서는 한남재정비촉진지구의 전체적인 계획과의 정합성을 재검토한 후에 최종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지난 2년여 동안 서울시와의 수차례 협의하고, 서울시 지정 공공건축가와의 업무를 협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내용에 대한 결정 고시를 받았다. 만약 재정비촉진계획과의 문제가 있었다면, 당시에 해결됐어야 할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즉 시가 고시한 촉진계획을 토대로 건축심의를 신청했는데도, 보류 판정을 받은 이상한 행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규탄대회를 통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먼저 시는 서울시의 내부 문건에 따라 하향조정한 건축물 최고 층수를 전면 철회할 것으로 요구한다. 또 2차례의 본위원회 심의, 4차례의 소위원회 자문과 부서 검토·협의를 거쳤음에도 보류된 건축심의를 즉시 재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일관성이 결여된 행정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다. 특히 그동안 시의 정책으로 사업이 지연된 만큼 이에 따른 책임을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소송은 물론 강북지역의 재개발구역들과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10ㆍ6 집회 이모저모   

손달익 한주협 회장
“한남3 사업 정상화 위해 지원사격 아끼지 않을것”


이번 한남3구역의 서울시장 행정 갑질 규탄대회에는 한남3구역 집행부와 조합을 비롯해 손달익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회장, 김진수 건국대학교 교수,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장 등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손달익 한주협 회장은 “한남3구역은 주거환경이 낙후된 수준을 넘어 위험한 수위에 도달해 주민들이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재산가치 증식이 아닌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재정비촉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남재정비촉진지구는 한남3구역을 비롯해 2, 4구역들도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 추진 정상화를 위해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교수는 “실제로 한남3구역에 가보면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며 “시는 건축심의를 재개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형기 조합장은 “신반포1차도 서울시의 한강변 정책에 따라 층수 문제로 대규모 집회를 벌인 적이 있다”며 “조합원들이 단합해야 조합이 원하는 사업을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익힌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한남3구역 재정촉진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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