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피고인은 서울시 양천구 B빌딩 C호에 있는 D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다. 조합장은 조합원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10.8. 위 조합의 조합원인 E가 팩스로 위 조합의 사무실로 발송한 ‘조합원 F 및 G이 대표 발의한 총회소집 발의서의 열람 및 복사 신청서’를 수신하고도 15일 이내에 위 열람·복사 요청에 따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정보공개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고소가 이뤄져 피고인은 기소되었고, 정식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조합 총회 소집을 위한 발의서는 도정법에서 정한 열람 복사 대상 서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그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도정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검사는 조합총회 소집을 위한 발의서는 도시정비법 제124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조합총회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그 열람·복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도시정비법 제138조제1항제7호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수사기록 1권 123쪽).

그러나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인 점, 도시정비법 제124조제1항제3호는 ‘추진위원회ㆍ주민총회ㆍ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ㆍ대의원회의 의사록’을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조합총회 소집을 위한 발의서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분명한데 만약 그 ‘관련 자료’를 ‘조합총회 등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불명확해지고 나아가 같은 조 제11호의 독작적인 의미도 없어지게 되는 점, 조합총회는 조합원들 사이에 불화 또는 분쟁이 있는 경우에 흔히 발의되곤 하는데(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 발의서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조합원들 사이에 총회를 둘러싼 회유·협박이나 감정 대립 등 소모적인 분쟁이 일어날 염려가 있는 반면에 이를 공개하여 얻는 이익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조합총회 소집을 위한 발의서는 도시정비법 제124조제1항, 제4항에서 정한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국토교통부도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증제8호증)].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3. 결어=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법를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바,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위 판례의 입장에 비춰볼 때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자료들이 도시정비법령 상 공개해야 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알 수 있또록 관련 서류 등을 공개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조합원 등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되, 그 입법의 구조 상 공개자료가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고, 위반 시에는 공개의무자인 조합 임원에게 형사 처벌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며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화로운 해석을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공개할 자료를 ‘각 호의 서류’로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의 경우에도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이는 해석에 맡겨져 있으나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술한 취지와 동일한 견지에서 ‘관련 자료’는 엄격하게 제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 판례에서는 그와 같은 취지에서 속기록은 보관 대상일 뿐 공개 대상 자료는 아니라고 하였고, 이 사건 판결에서도 의사록과 총회 참석자 명부는 의사록의 ‘관련 자료’로서 공개 대상 자료이지만 조합 총회 소집을 위한 조합원 발의서는 공개 대상 자료로 특정되어 있지 않고 그 해석 상 ‘관련 자료’의 범위에도 포함될 수 없다고 봐서 공개 의무 불이행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 바,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근자에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 발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조합원 발의에 의한 해임 총회 진행 시 해임 대상인 조합 임원 입장에서는 총회 소집 발의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수를 충족하였는지 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 공고 시 발의자 명단 역시 공개토록 함이 추후 법적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의미있다고 할 것인 바, 차제에 관련 법령 등 개정이 이뤄졌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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