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의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 제기되는 실무상 문제 중 하나가 ‘이사회가 입찰업체의 선별 권한이 있느냐’는 것이다.

즉 이사회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해 적격심사를 하여 소수의 업체들만 대의원회에 상정하기로 의결하는 것이 가능하냐의 문제이다.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는 총회 전속적 의결 사항인 협력업체들의 경우는 총회에 상정할 입찰업체 수를 별도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이를 위반해서까지 입찰업체를 선별할 권한이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시공자 선정의 경우는 동 기준 제33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등은 제출된 입찰서를 모두 대의원회에 상정하여야 한다고까지 정하고 있다. 본 논의는 주로 조합이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경우에 국한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이사회는 조합의 의사결정기관이 아니고 조합장을 보좌하여 조합 사무를 분담하는 사무집행기관이며, 법령이 아닌 정관에 따라 비로소 설치되는 기관이므로 이러한 이사회의 지위를 고려하여 이사회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해 적격심사를 하여 상위 업체들만 대의원회에 상정하기로 의결하는 것이 대의원회의 의결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대의원회에 상정되는 입찰업체 수로 대의원회 의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대의원회는 사업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총회의 권한을 대행하는 기관이고, 이에 다수 대의원 참여 하에 적정한 토론과 비판과정을 거쳐 의결을 할 수 있다면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대의원회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설령 이사회가 입찰업체를 사전에 선별하여 소수 업체만 대의원회에 상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대의원회는 이사회가 선별한 업체가 부당하면 전부 반대표나 기권표를 던져 부결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다수의 후보가 난립하는 경우 난상토론의 위험이 있어 오히려 대의원들의 의사결정 권한을 충실하게 보장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해 적격심사를 하여 상위 업체를 정하는 것이 대의원회의 의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극단적일 수는 있으나 예를 들어, 입찰업체 수가 20개에 달하는데 20개 업체 전부를 대의원회에 상정해야 한다면 조합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하고 조합원에게 아무 실익 없는 분쟁만을 양산하는 것이고, 정비사업 조합의 대의원회 운영의 실무처리 관행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최근 법원도, 대의원회, 이사회가 설계자 등의 입찰참여자를 선별하여 총회에 상정한 것이 조합원들의 의결권을 침해한 것인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이사회가 피고 대의원회의 사전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평가항목 및 배점표 초안을 마련하여 이를 피고 대의원회에 부의하였다거나 위 평가항목 및 배점표에 따른 업체별 최종 평가점수를 계산하여 상위 2개 업체를 선별하고 이를 피고 대의원회에 보고하였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수 없다”라고 하여 이사회에서 상위 업체를 선별하고 이를 대의원회에 보고하는 것에는 위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는 대의원회에의 의결을 거쳐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대의원회에서의 입찰대상자 수를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조합에서는 정관에 이사회가 대의원회의 안건 상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사회가 적격심사를 하여 소수의 업체들만 대의원회에 상정하더라도 이를 두고 이사회가 대의원회 의사결정을 대신하거나 권한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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