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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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학생 수가 감소한 지역의 재개발사업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최근 3년 이상 취학인구가 감소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 유입이나 지역상황 변화 등을 고려해 행정청이 재량으로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는 지난 12월 부산의 A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연제구청장을 상대로 한 ‘기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당초 부산고법은 연제구청의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이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 판단해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재개발구역 인근 지역의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데다,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도 재개발사업으로 증가하는 학생들을 인근 학교에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신축이나 증축에 대한 수요가 없다고 판단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잘못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취학 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용지부담금 면제 규정은 다른 조항과 달리 ‘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담금 부과 당시를 기준으로 사업시행지역의 취학 인구가 최근 3년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거나, 개발사업으로 유발된 수요가 기존 학교시설로 충족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면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인구 유입과 지역적 상황의 변화 가능성, 교육정책적 목적 등을 모두 고려해 장래에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다는 것까지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제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A재개발조합의 경우 임대주택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대비 536가구가 증가하는데다, 공동주택의 입주가 완료된 이후 학생 수가 전년보다 99명 증가했다. 또 지난 2018년도를 기준으로 진학 학생 수가 3년간 감소했지만, 관할구역 내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시적 이전에 따른 영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나아가 관할 구역 내 정비사업이 완료될 경우 A재개발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대비 약 6,200가구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따라서 사업구역 인근 지역에 학교 신설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부담금관리 기본법에서 정한 한계를 넘거나 비례·평등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단에는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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