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은 정비구역이 해제되어 정비사업의 진행에 따라 이미 지출된 비용을 의미하는데, 과거 금융위기 이후 여러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는 취소되므로, 그 동안 지출된 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부담한다는 견해, 토지등소유자가 권리가액의 비율대로 부담한다는 견해, 조합설립 또는 해산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만이 부담한다는 견해 등이 있어 왔다. 일반적으로 조합은 매몰비용을 부담할 변제능력이나 부동산 등 적극 재산이 없기에 토지등소유자가 부담할 수 있는지 여부와 이를 위한 절차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가 모아졌다.

매몰비용은 정비사업에 지출되고 정비사업의 시행자인 조합이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하고 토지등소유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책임을 부담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92조제1항에서도 “정비사업비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예외적인 경우란 정관이나 총회에서 매몰비용을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부담 기준,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경우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체적으로 규정한 점이다. 막연히 ‘조합원이 매몰비용을 부담한다’고 정해서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정관은 정비사업의 조직, 조합원의 권리의무관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 공법인인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조합 내부적으로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이러한 정당성을 가진 정관과 총회에서 토지등소유자가 매몰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뜻을 모은 경우에만 매몰비용 부담이 가능하다.

토지등소유자가 매몰비용을 부담하는 사유와 관련하여 도시정비법 제92조, 제93조제1항에 근거하여 매몰비용 청구가 가능한지 문제가 된다. 도시정비법 제93조제1항은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의 차액을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93조제1항의 토지등소유자는 관리처분계획 당시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로서 조합원인 토지등소유자를 의미하므로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경우에는 위 규정을 적용될 수 없고 따라서 조합이 위 규정에 근거하여 토지등소유자에게 매몰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8.14. 선고 2017다201361 판결).

다음으로 사업시행자가 청산금 등을 분할징수하거나 분할지급할 수 있다는 도시정비법 제89조에 근거하여 매몰비용 청구가 가능한지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청산금의 부과는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상 종후자산을 분양받은 자에게 종전자산과의 차액에 대한 납부를 명하는 행정처분이라고 보아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정비구역이 해제된 경우의 토지등소유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고 봤다. 위 규정에 근거하여 토지등소유자에게 매몰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8.14. 선고 2017다201631 판결).

요약하면 정관, 총회를 통해 매몰비용에 관한 근거, 기준, 내역 및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이상 토지등소유자가 매몰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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