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합 총회 의결을 거친 상가소유자들과의 합의 효력=그러나 조합이 총회 의결을 통해 추진위원회 수행업무를 추인하면서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총회 의결을 거치는 경우 도시정비법 제45조에 따라 해당 상가소유자와의 합의는 조합에 대하여 유효하게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받아 설립등기를 마치기 전에 개최된 창립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재건축조합의 결의가 아니라 주민총회 또는 토지등소유자 총회 결의에 불과하므로 상가소유자와의 합의에 대한 창립총회 결의만으로는 조합에 대하여 효력을 미칠 수 없다.

한편 재건축조합의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은 총회결의사항이므로 조합은 새로운 총회 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22두30539 판결 등 참조). 즉, 별도의 새로운 총회 결의로 기존에 유효한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유효한 기존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을 새로운 총회 결의로 변경할 수 있는 한계와 관련하여 “조합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내부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객관적 사정과 필요가 존재하는지, 그로써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내부규범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들이 침해받은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그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조합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 형량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3.13. 선고 2016두35281 판결, 대법원 2020.6.25. 선고 2018두34732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상가소유자와 체결한 합의에 대해 두차례 조합 총회 결의를 거친 이후 별도의 총회 결의를 통해 그 합의 내용을 변경한 사안에서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을 변경할 객관적인 필요성, 상가조합원들이 침해받게 되는 이익의 정도와 보호가치,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존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을 변경하는 총회 결의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22두30539 판결 참조).

4. 조합에게 상가소유자들과의 합의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한편 추진위원회와 상가소유자 간 합의가 조합에 유효하게 효력을 미치는 경우 상가조합원들이 직접 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수립시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시킬 것을 요구할 수 있을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혹은 변경을 통한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 외에 전체 조합원의 일부인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그와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 및 전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 사이의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조합에게 개별 약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감안하여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범위 내에서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초과하여 개별 조합원과의 약정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만 하는 구체적인 민사상 의무까지 인정될 수는 없고, 약정의 당사자인 개별 조합원 역시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약정 내용대로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22다206391 판결 참조).

즉,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가조합원은 조합에게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수립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조합이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적정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취지를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신뢰가 침해됨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이며, 이때 손해배상 범위에는 기존 상가소유자와의 합의 내용이 절대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22다206391 판결 참조).

5. 결론=이상과 같이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상가소유자와 개별 합의를 체결하고 이에 대한 유효한 조합 총회 결의도 있는 경우 조합으로서는 상가소유자와의 개별 합의 내용대로 직접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새로운 총회 결의로 기존 합의 내용을 변경할 수도 있겠으나, 이때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지 않도록 침해받는 조합원들의 이익과 기존 합의 내용을 변경함으로써 달성하려는 이익에 대한 충분한 비교·형량과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등을 다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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