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원으로부터 정비사업 관련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요청을 받은 조합임원으로 하여금 반드시 이에 응하도록 하여 조합임원의 정보공개의무를 규정하는 동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조합원이 준수하여야 할 절차적 요건에 관해서도 규율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 제124조제6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22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조합원은 정비사업 시행 관련 자료를 열람・복사 요청할 경우 반드시 사용목적을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하며, 해당 서면에 기재한 사용목적 외의 용도로 자료를 이용・활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자료 공개 요청 시 기재하는 사용목적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령이 명시적으로 정해놓은 바 없기 때문에 ‘조합원의 알권리를 위하여’와 같이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문구를 기재한 경우에도 일응 사용목적을 기재한 것이라고 보고 적법한 정보공개요청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류적인 판례 경향이다.

그런데 일부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서는 정보공개의무를 위반한 조합임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 매몰된 나머지 사용목적을 아예 기재하지 않고 정보공개를 청구한 조합원에 대하여 사용목적을 보완할 것을 요구하면서 공개를 거부한 조합임원조차 처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도시정비법에서 반드시 사용목적을 기재하여 자료 공개요청을 하도록 명시해놓은 규정 취지에 비추어보았을 때 온당치 못하다.

도시정비법령에서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로 하여금 사용목적을 기재한 서면에 의하게 하고 해당 사용목적 내에서만 정보를 이용・활용하도록 한 것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자료들이 함부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조합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한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에서 전화번호를 제공받은 사람이 제공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설시하여 공개된 정보의 목적 범위 내 활용을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조합원은 반드시 사용목적을 기재한 서면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하여야 하고, 이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적법한 정보공개요청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렇게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요청에 대해서는 조합임원이 응하지 않아도 도시정비법상 정보공개의무 위반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구지방법원은 위와 같은 취지에서 사용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열람・복사를 청구한 경우에는 조합임원이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해당 조합임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한 바 있으며(대구지방법원 2018노),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2011년경 법제처 역시 일찍이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권은 알권리 보장과 조합 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순이익이 분명한 반면 조합임원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도하여 조합 집행부 교체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이면이 존재하고, 수사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는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임원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보공개 요청 시 사용목적을 기재한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과 같이 법 문언이 명시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부디 올바른 법 해석이 이루어져 귀중한 수사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기를 조심스레 희망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