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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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주택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공자 선정시가를 조기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장기간 소요되는 공사비 검증제도를 간소화하고, 신속통합기획도 공공기여에 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는 지난달 15일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에서 ‘위기의 주택시장, 진단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다, 레고랜드발 PF 문제 등에 따른 주택사업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 도심지역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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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 선정, 되레 사업지연 원인…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야=이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뤘다. 사업시행계획인가 후 주요 사항이 확정된 설계도면과 내역서를 바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면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고, 무리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사업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사업지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시행인가 전 단계까지의 사업비 부족으로 사업동력이 저하되고,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융자제도는 지난 2021년 기준 신청액 대비 11.1%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초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이후 변경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절차가 중복되고, 공사비 검증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된다는 단점도 있다. 자금력과 전문성이 부족해 최초 사업시행인가 시 설계안 품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연구위원은 서울시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공자 선정을 조기화하면 사업비 대여를 통해 사업속도가 향상되고, 사업시행인가 단계부터 시공사의 지원을 통해 건축설계 품질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사비 검증 절차를 이른 시점에 시작할 수 있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통기획구역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우선적으로 앞당긴 후에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통기획 적용 구역은 정비계획에 기본설계에 준하는 수준의 건축설계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 정비구역은 건축심의 후로 조기화하는 방안을 즉시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대안도 마련했다.

▲공사비 검증기간 길어 사업지연 원인… 검증 관련 서류 요구도 많아=공사비 검증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검증 절차를 진행하는데 장기간이 소요되는데다 과도한 서류 제출 요구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공사비 검증 제도는 지난 2019년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상대로 시공자가 공사비를 부당하게 상승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행법상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공사비가 일정 비율 이상 증액될 경우 의무적으로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검증이행에 필요한 시간이 길다보니 사업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접수 후 60~75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신청 이후 접수를 거쳐 결과 통보까지는 평균 160일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준비에서부터 각종 보완까지 거칠 경우 기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공사비 검증대상에 대한 적정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비에 대한 절대적인 증가율로만 검증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상승폭 증가가 크지 않아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합의 요청으로 지하주차장 면적이 확대되거나, 인허가 변경 등으로 연면적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연구위원은 입찰 당시 설계가 존재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검증 요청 당시의 설계도와 내역서를 기반으로 공사비 적정성 검증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증대상은 단위면적 상승폭을 기준으로 정하고, 공사연면적 증가로 인한 공사비 증가는 검증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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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 우려… 일반정비사업에 통합심의 확대해야=신통기획을 주민들이 예측 가능한 제도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부터 사업시행계획 수립 단계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신속한 사업추진을 유도하는 제도다. 시는 공공성과 수익성이 균형을 이루는 정비계획을 수립해 정비사업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일선 조합에서는 신통기획 적용 시 과도한 공공기여나 공공성에 치우친 정비계획이 수립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행정청이 일방적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만큼 자칫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아파트의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이 공공기여 제도의 운영방향과 진행 과정 등을 알 수 있도록 신통기획에 대한 운영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통기획 적용지역에 추진위원회 설립을 조기화해 공식적인 주민대표의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도 제언했다. 공식적인 주민대표가 아닌 경우 내부 분쟁이 발생하거나, 체계적인 협상 진행이 어려워지는 만큼 추진위를 조기에 설립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커뮤니티나 주차장, 놀이터 등을 개방하는 경우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시는 공공성이라는 명목으로 커뮤니티 가로나 시설을 개방토록 요구하고 있지만, 적정한 혜택은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재 신통기획에만 적용하는 통합심의도 일반 정비사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제도 개선안도 내놨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전반에 통합심의를 적용해 사업기간은 단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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