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A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사업구역 내 상가의 구분소유자 10인 전원과 “신축된 상가 전부를 원고들에게만 분양하고, 영업장 대체지원비를 1인당 5,000만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합의는 주민총회에서 추인되었고, 조합 설립 이후 개최된 총회에서도 이 사건 합의를 수용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러나 이후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합의와 다르게 신축된 상가 중 일부만을 원고들에게 분양하고 비례율에 따라 원고들의 분담금을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조합이 이 사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의 인용 여부(대법원 2022.7.14. 선고 2022다20639판결).

1. 기초사실 및 쟁점=A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진행을 위하여 사업구역 내 상가의 구분소유자 10인 전원(이하 원고들)의 위 사업에 대한 동의가 필요했고, 원고들은 위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장기간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영업장도 이전해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였다. 이에 이 사건 추진위와 원고들이 2009.4. 이 사건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 사건 합의는 2009.7.11. 주민총회와 조합 설립 후 개최된 2009.10.31. 조합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합의에 반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였는 바, 이와 관련하여 피고 조합이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채무를 지게 되는지 여부 및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원심(수원고등법원)의 판단=원심은 ①이 사건 추진위는 원고들의 위 사업에 대한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고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를 믿고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한 것인데, 피고 조합이 사후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부인하는 것은 모순되는 행태라는 점 ②이 사건 합의는 주민총회와 피고조합 총회 결의 등을 통하여 피고 조합의 의무사항으로 편입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합의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원고들이 신축 상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 조합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에게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원심판결의 파기환송)=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관련 법리=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혹은 변경을 통한 집단적인 의사 결정 방식 외에 전체 조합원의 일부인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그와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전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 사이의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개별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초과하여 개별 조합원과의 약정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만 하는 구체적인 민사상 의무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

(2)판단=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피고 조합에 대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반드시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시킬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까지 볼 수는 없고 피고 조합도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구속력 있는 민사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원고들로서는 피고 조합이 이 사건 합의의 취지를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들의 신뢰를 침해한 데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신축상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민사상 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그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하였는 바,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관리처분계획의 성격 및 그와 별개의 민사상 약정과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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