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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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최근 건설 원자잿값 상승과 부동산 PF 중단 등으로 수주에 신중해진 모습이다.

이런 돈맥경화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정비사업이 일정 정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높은 금리부담에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한 다른 개발사업은 아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다만 반사이익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돈 덜 드는 재개발·재건축이 건설사의 수주고를 채우기 위한 차선책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재개발·재건축시장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10조 클럽을 넘보는 현대건설을 필두로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이 4조원을 넘어섰다. 1조 클럽 가입이 이제는 쉽게 느껴질 정도다.

이런 건설사들의 실적 쌓기는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대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출혈 경쟁 대신 수의계약이나 컨소시엄으로 수주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물론 최근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을 두고 이른바 ‘쩐의 전쟁’을 벌였지만, 당분간 이런 현장은 쉽게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되레 한남2구역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수주 담당 임원은 “재개발·재건축과 비교해 초기 자금이 많이 드는 다른 개발사업의 경우 일단 심의 자체가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며 “미분양 위험이 커진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재개발·재건축 수주전략도 새로 짜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실패 경험을 맛본 건설사들은 내년 수주목표는 유지하되, 입지가 좋은 곳을 위주로 선별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쉽게 말해 ‘갈 수 있는 현장은 가고, 아닌 현장은 늦추자’는 것이다. 분양성이 담보된 곳은 일정대로 추진해 자금을 확보하고, 분양성이 떨어지는 곳은 분양시기를 저울질하며 일정을 순연시키겠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현장 버리기에 나설 수도 있다. 공사비 인상 등을 핑계로 차일피일 시간만 끄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경우 과거 인천지역 정비사업을 통째로 버리면서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또 다른 수주 담당 임원은 “내년에는 수주보다는 기존 현장 관리에 신경을 더 기울일 계획”이라며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조합과 험난한 협상을 풀어야 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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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7.3p 하락한 40.5를 나타냈다. 지수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수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밑돌면 반대를 말한다.

주택건설 수주지수와 자금조달지수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택건설 수주지수(재개발·재건축·공공택지·민간택지)는 모든 분야에서 지난달보다 하락했다. 특히 민간택지는 81.5에서 56.3으로 25.2p 급락했다. 자금조달지수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기대수익이 감소하고 위험은 커지면서 40.2에서 37.3으로 하락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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