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구역 내 청산자가 소유한 토지 위에 비닐하우스 등 지장물이 존재하고 있어 조합이 수용재결을 거쳐 명도소송으로 토지의 인도와 지장물의 철거를 구한 사안을 생각해보자. 수용재결과 공탁에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일응 전부 인용되지 않을까 예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토지의 인도는 인용하되 지장물 철거 청구는 각하하는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에는 아래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원 2016다213916 판결은 “행정대집행의 방법으로 건물의 철거 등 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는 따로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그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없다”고 한 바, 어떠한 의무가 ①‘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하여 ②‘행정대집행’의 방법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면 이러한 청구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체적 작위의무란 본인이 이행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이행이 가능한 작위의무를 뜻하는데,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토지 등의 ‘인도’ 의무는 본인만이 이행가능한 비대체적 작위의무로 보고, 지장물의 ‘철거, 수거’ 의무는 타인이 대신할 수 있는 대체적 작위의무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단기준에서 살피자면 ‘지장물 철거’ 의무는 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한다.

그리고 토지보상법 제89조는 수용재결의 대상자가 재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시행자가 행정청에 행정대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장물의 철거 청구는 ①‘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함과 동시에 ②토지보상법 제89조에 따른 대집행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하므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부적법 각하되어야 한다는 것이 위 하급심 판결의 취지다.

그렇다면 조합은 행정대집행을 통하여 지장물을 처리하여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

도시정비법 제65조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은 이 법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토지보상법을 준용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도시정비법이 따로 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토지보상법이 준용될 수 없다.

도시정비법 제81조제1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있는 경우 토지 등의 종전 권리자는 사용수익권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판례는 위 조항에 근거하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점으로 조합이 사용수익권을 얻으므로 토지 등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일관적으로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81조제2항은 이와 같이 사용수익권을 확보한 건축물을 사업시행자가 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철거 의무 및 권한을 동시에 부여해주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제81조의 해석에 따르면 조합은 구역 내 소재한 토지 및 지장물 일체를 인도받아 스스로의 비용으로 철거할 의무와 권한이 있으므로 철거를 위하여 행정대집행을 청구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조합에게 필요한 것은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따라 조합에게 사용수익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자가 인도를 거부할 경우 이를 배제하고 점유를 확보할 권원이며, 이는 법원의 인도판결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다. 앞서 살폈듯이 인도의무는 비대체적 작위의무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으로 이를 청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합은 지장물의 철거가 아닌 토지 및 지장물 일체의 인도를 법원에 청구하여 판결을 받은 뒤, 강제집행으로 인도받은 지장물을 스스로의 비용으로 철거하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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