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관련한 학교용지부담금 소송에서 조합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주택 증가분으로 인해 필요한 학교용지를 확보하거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부과되는 부담금이다.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부과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부담금 적정성 여부를 두고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과도한 학교용지부담금으로 인해 불만이 발생하는 반면 행정청 입장에서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보니 일단 최대치로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행정청에서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두고 소송을 종용하기도 한다. 공무원이 임의대로 학교용지부담금을 줄여줄 경우 처벌이 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최근 법원이 판결한 학교용지부담금 관련 소송에 대해 알아봤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학교용지부담금은 기존 가구 수보다 증가한 가구에만 부과, 기존 가구 수에 세입자도 포함될까?=학교용지부담금은 정비사업으로 인해 증가하는 가구에만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신축 가구 수에서 기존 가구 수를 뺀 나머지 증가분에 대해서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가구 수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해야 할까, 아니면 조합원은 물론 세입자까지 포함해야 할까? 이에 대해 지난 5월 대구지방법원은 세입자를 포함해 기존 가구 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조합은 지난 2018년 재개발을 통해 총 1,610가구를 건설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를 받았다. 이에 시는 조합원 263가구와 임대주택 82가구, 보류지와 공동조합원, 다주택 분양자 29가구 등을 제외한 1,232가구가 증가분이라고 판단해 약 31억원 규모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비구역 내 세입자 가구를 기존 가구 수에 포함하지 않아 학교용지부담금 부과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개발사업의 특성상 신축 공동주택이 기존 노후·밀집 다가구주택을 대체하는 만큼 거주 특성을 무시한 채 세입자를 기존 가구 수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개발 임대주택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 재건축 소형주택은?=현행 학교용지법에 따르면 임대주택을 분양하는 경우에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에는 학교용지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건축 소형주택에는 학교용지부담금이 부과될까?

재건축 소형주택은 조합이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해 재건축할 경우 정비계획상 용적률을 초과한 용적률의 절반을 지자체 등에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지난해 4월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소형주택’이 ‘국민주택규모 주택’으로 개정됐다.

재건축 소형주택은 임대주택과 사실상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조합의 선택에 따라 공급된다는 점이 다르다. 실제로 소형주택이 지자체에게 공급되면 임대주택으로 활용되고,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토지는 기부채납)로 공급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반면 도시정비법상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은 규정이 구분되어 있고,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임대주택을 분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대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은 소형주택과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임대주택과 동일하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소형주택의 경우 법률에서 정한 인수자에게 미리 정해진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장기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되는 만큼 임대주택과 동일하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중대한 하자로 판단해 부담금 부과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학생 수는 자꾸 줄어드는데… 학교용지부담금 납부해야 할까?=재건축을 통해 아파트가 증가하더라도 학생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대전고등법원 청주 제1행정부는 지난 5월 청주시가 B재건축조합에 부과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부담금 부과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행법에 따르면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우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경우 지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최근 3년 이상 취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법원은 학교용지법에 따른 부담금 면제사유에 직접적으로 해당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부담금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면제조항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장래에 학교 시설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초등학생 수는 2023년을 기점으로 2027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학급당 학생 수는 23명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학교의 경우에도 2025년부터 감소하고, 학급당 학생 수도 27명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재건축으로 인해 학교의 신설이니 증축의 필요성이 생겼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조합 비용으로 미리 학교 증축·리모델링했는데, 학교용지부담금 차액도 내야 하나=재건축조합이 제공한 비용으로 학교를 증축해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었다.

서울의 C재건축조합은 교육청의 요구로 인근 학교 증축 등에 필요한 비용을 납부했다. 당시 교육청은 비용을 조합이 제공하는 대신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행정청은 학교용지부담금을 산정한 결과 조합이 납부한 비용보다 많다는 이유로 차액을 부과했다.

해당 구청이 산출한 학교용지부담금은 약 44억원 수준이다. 이보다 앞서 조합이 학교 증축 등을 위해 제공한 비용은 35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 차액인 약 9억원 가량을 추가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조합은 교육청과 협의한 금액으로 학교 증축·리모델링을 완료한 만큼 차액을 납부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이 기부채납을 했다고 학교용지부담금 전액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차액을 반드시 부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즉 학교용지부담금의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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