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과 계약 체결을 동시에 의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최근 지방 대도시 리모델링 조합의 시공자 선정총회를 다녀왔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시공자의 홍보설명회 때문에 이미 많은 조합원들이 총회장소에 밀집해 있었고, 조합원들은 시공자의 제안서와 총회 책자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보고 있던 사업제안서에는 설계개요, 세대별 면적표, 사업참여조건, 도급공사비, 공사기간, 이주기간,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조정여부, 공사·마감수준, 조합원 특별제공품목, 무이자·유이자 사업비 대여, 공사비 포함 항목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고 “조합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시 계약의 일부를 구성한다”라고 까지 기재되어 있었다.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주택법령에서는 시공자의 선정·변경 및 공사계약의 체결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시공자의 ‘선정’과 ‘계약’을 구별하여 별도의 총회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시공자를 선정한 후 협상을 거쳐 조합과 시공자 간에 가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통례인 점을 고려하면, 시공자 선정과 별도로 계약 체결을 위한 총회를 다시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회 개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주택법령에서 시공자 선정과 계약을 구별하여 정하고 있는 것은 결국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에 있다. 조합원들이 사업제안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고, 공사도급가계약의 주요 내용이 사업제안서와 동일하다면 구태여 ‘계약 체결만을 위한’ 총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해 본 필자와 궤를 같이하는 하급심 법원 판례를 소개한다. 법원은 시공자 선정 임시총회를 개최하면서 안건으로 시공자 선정과 시공자계약체결 대의원회 위임 결의를 동시에 상정한 사건에서, 한 번의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과 ‘시공계약 체결 위임’이라는 두 가지 안건을 함께 상정하여 당일 선정되는 시공자의 사업제안서 내용이 그대로 시공계약의 내용이 되도록 절차를 단축한 것일 뿐, 시공계약 체결에 관한 총회의결을 생략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물론 위 사건에서도 조합원들이 사업제안서 등을 통해 사전에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정비사업에서 필요한 자금의 조달은 실무상 시공자 선정시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에 시공자는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업체이다. 이에 시공자 만큼은 관련법령에 따라 ‘선정’과 ‘계약’에 각각 별도의 총회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는 있다.

대부분의 정비사업 조합이나 리모델링 조합은 정관이나 규약에 금전적인 부담이 수반되지 아니하는 계약 내용의 변경은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주택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에도 시공자 계약시 금전적인 부담이 수반되지 아니하는 사항의 변경은 대의원회 인준이나 의결을 거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선정된 시공자의 사업제안서 내용을 계약의 주요 내용으로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약체결은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방식이 이질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합원의 권익보호라는 미명하에 불필요한 총회 개최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물론 시공자의 사업제안서 내용의 주요 부분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시공계약 체결에 관한 별도의 총회의결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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