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이 미뤄졌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것도 사업 추진 발목을 잡아왔던 35층 층수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말이다.

첫 대상지는 시범아파트로, 65층 초고층 건립이 허용되면서 시내 재건축 사업장 중 가장 높은 단지로의 재탄생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신통기획안에 따르면 시범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 2,5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이 단지는 지난 1971년 준공된 지 50년이 지나면서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꼽힌다. 반백년 역사 속에 노후된 주거환경은 물론 천재지변으로 인한 인사사고 위험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오래 전부터 재건축 추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던 곳이다.

하지만 2014년 시가 2030 서울플랜을 발표하면서 시행한 층수규제가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시는 획일적으로 아파트 35층 룰을 도입해 층수규제에 나섰다.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수를 억제했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이 멈춘 곳은 여의도뿐만이 아니었다. 시내 정비사업장 대부분이 획일적인 층수규제로 인해 아우성이었다.

여론은 왜 하필 ‘35층’인가에 대해 주목했다. 그런데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다. 시민들에게 한강과 남산, 현충원 등 조망권을 돌려주겠다는 것이 시의 의도였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층수가 낮아지면서 동과 동사이가 좁아지고, 오히려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에 시민 조망권 확보를 앞세운 35층 층수규제는 정비사업 걸림돌로만 작용했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양산했고,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고착화시켰을 뿐이다. 결론적으로는 층수 자체를 공공성과 부합시키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이 세계 유명 도시들은 초고층 수직 도시로 변모했다. 런던은 ‘더샤드’, 파리에선 ‘투르 듀오’ 등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섰다. 서울은 근거도 미약했던 조망권 확보를 명분으로 수평 도시를 지양했고, 세계가 수직 도시로 변화하는 추세에서 퇴보를 자행했던 셈이다.

시는 약 8년 만에 35층 룰에 대한 틀에서 벗어났다. 시범아파트의 65층 건립을 허용하면서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향한 물꼬를 텄다. 이를 시작으로 단조로운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구상해 서울 경관을 살리면서도 도시 경쟁력을 높여나가길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