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를 소집하는 권한은 원칙적으로 조합장에게 있다.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조합원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권력이다. 조합이 어느 시기에 어떤 내용으로 사업시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할지는 사실상 조합장 등 집행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총회에 부의될 안건의 내용을 결정하고 그 안건을 언제 총회에 부의할 것인가는 집행부 특히 조합장의 의사에 의해 실질적으로 좌우되기에 제아무리 시급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하여도 조합장이나 집행부가 총회를 소집하지 않는 한 총회를 통한 조합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는다.


소수 조합원의 총회소집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조합집행부가 총회소집권한을 독점할 경우 빚어질 이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조합원 전체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안건임에도 조합집행부가 총회 소집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조합의 의사결정 기능이 실질적으로 마비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교착상태를 타개할 비상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표준정관은 소수 조합원의 총회소집권을 적절히 규율하고 있다. 조합장에게 총회의 원칙적 소집권한이 있지만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총회의 목적사항을 제시하여 총회개최를 청구하였음에도 조합장이 2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고 감사 역시 지체없이 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면 소집을 청구한 조합원들의 대표가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소수 조합원들에게도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의 안건을 총회에 부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조합장 등 집행부 견제를 위해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이다. 


만약 소수 조합원의 청구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감사 모두 정관이 정한 시기에 총회를 개최하지 않아 소집을 청구한 조합원들의 대표가 행정청의 승인을 얻어 총회를 개최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안건에 관하여 조합장이 총회소집 절차를 밟을 경우 과연 누구를 적법한 소집권자로 보아야 할까.


먼저 조합장은 원칙적인 소집권자이고 소수 조합원들이 원하는 동일한 안건에 관하여 총회를 소집하는 이상 소수 조합원들의 본래 목적은 모두 달성되는 것이므로 아무리 정관이 정한 시기를 넘겼다고 하여도 조합장의 총회 개최를 부인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소집청구자 대표의 소집권한은 예외적·보충적일 뿐 어떤 경우든 조합장의 원칙적 총회소집권한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조합원들이 소집을 청구한 때로부터 2개월이 경과하도록 조합장이 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면 해당 안건에 관하여 조합장은 총회소집권을 상실하고 오로지 소집청구 조합원들의 대표자만이 적법한 소집권한을 가진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 견해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가. 동일한 안건에 관해 소집청구자 대표와 조합장에게 중첩적으로 소집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총회개최를 둘러싼 혼란을 가중한다는 점, 안건이 동일하다고 하여도 누가 총회를 소집하느냐에 따라 총회의결의 향방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 소수 조합원의 소집권한은 조합장의 소집권한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그 의미가 가볍지 않고 따라서 정관이 정한 2개월이라는 개최기간 제한 및 소집청구자 대표의 소집권한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해석론은 지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소집청구자들의 대표에게 소집권한이 인정되는 한 동일한 안건에 관하여 조합장의 소집권한은 상실되는 것으로 보아야 옳지 않을까 싶다.


소수 조합원의 총회개최요구를 무조건 백안시하며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악의적인 의도에서 남용되는 것이 아닌 한 현 집행부의 지지기반을 진지하게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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