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사진=이호준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사진=이호준 기자]

“재건축, 재건축 말만 많았지 이렇게 피부로 와닿은 적은 없었어요. 이제 진짜 하나보다 생각이 들고… 이러다가 또 무언가 이유로 넘어질까 무섭지만 이번엔 믿고 기다려 보려고요”

은마아파트 외관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 외관 [사진=이호준 기자]
크랙보수, 재도장을 위한 시멘트 등 자재 더미들 [사진=이호준 기자]
크랙보수, 재도장을 위한 시멘트 등 자재 더미들 [사진=이호준 기자]
크랙보수, 재도장을 위한 시멘트 등 자재 더미들 [사진=이호준 기자]
크랙보수, 재도장을 위한 시멘트 등 자재 더미들 [사진=이호준 기자]

재건축 연한이 한참 지난 1979년생 은마아파트는 오래된 연식을 대변하듯 곳곳에서 유지·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크랙보수, 재도장을 위한 시멘트 등 자재 더미들이 단지 곳곳에 쌓여있고 정비·보수 전문 업체도 자리해 있었다. 경비실의 오래된 문을 고치려고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부러워할 만큼 값비싼 아파트지만, 실거주민들의 삶에는 불편함이 많아 보였다. 실제로 많은 집주인들이 세를 주고 타 지역에 거주하다 ‘2년 실거주 의무’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부랴부랴 입주해 집을 보수하고 살 정도다. 지난해에는 이렇게 유입된 집주인들이 악취에 놀라 지하실에 40여년 동안 방치됐던 2,300톤 가량의 쓰레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은마아파트의 금가고 부서진 외벽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의 금가고 부서진 외벽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의 깨진 수돗가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의 깨진 수돗가 [사진=이호준 기자]

외관을 살펴보면 빛바랜 페인트 자국, 금가고 부서진 외벽, 녹슨 철제 난간 등 구축아파트의 특징을 총망라했다. 주차난으로도 유명해 놀이터를 철거하고 테니스장을 축소하면서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은마아파트의 녹슨 철제 난간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의 녹슨 철제 난간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 옥상 보수 현장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 옥상 보수 현장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 복도 사진[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 복도 사진[사진=이호준 기자]

은마는 ‘재건축 바로미터’, ‘전국 최장수 추진위’, ‘대치동 학군’ 등 상징성이 많은 저명한 단지다. 구축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서도 오래된 축에 속하는 노후 단지이고, 총 4,424가구에 달하는 대규모이기에 일찌감치 재건축으로 주목받았다.

이곳은 지난 2003년 12월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으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전히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못해 ‘재건축 만년 유망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건립 초기 초가집과 공존하기도 했을 정도로 오래됐고,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간 사업에 큰 진척은 없었다.

그 이면에는 행정청의 층수규제 등 인·허가 문제가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당초 추진위 측은 최고 49층 높이의 아파트 건립을 계획해 도계위에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35층 제한’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추진위가 한 발 물러서 35층으로 계획한 새로운 안을 제시했으나 재차 보류 판정을 받고 위원회에 계류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은마아파트의 심의통과 현수막 [사진=이호준 기자]
은마아파트의 심의통과 현수막 [사진=이호준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은마의 재건축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는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 2017년부터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됐던 심의가 5년 만에 통과하면서 재건축을 위한 밑그림을 마련하게 됐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 일대의 은마아파트는 향후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33개동 5,778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무려 1,354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공공주택도 678가구를 공급한다.

오랜 시간 계류됐던 심의를 이번에 통과한 원동력은 보차혼용통로계획과 공원조성 등 공공기여계획이 크게 일조했다고 평가받는다. 서울시 공동주택지원과는 은마아파트의 공공보행통로와 주민 공동이용시설 계획, 공원조성 계획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정비계획안을 확정했다.

시 공동주택지원과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은 지난 2017년부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되면서 사업이 지체돼왔다”며 “이번에 5년 만에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돼 수정가결됨에 따라 향후 강남구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주민 동의서 징구 등 조합설립을 위한 절차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재건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지난 3월 약 6개월 간 공석이었던 집행부를 새로이 구성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반을 마련했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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